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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ffyeon Jan 24. 2022

한낱 사랑이 남긴 얼굴들  

김금희,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붙들려고 하면 사라지는 마음 따위가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의 낯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의 소설들은 그 낯을 바라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누군가를 끝없이 바라보면서 침잠하는 무언가.

그것이 사랑이 될지 슬픔이 될지 고통이 될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버린 시선들.

우리가 붙잡으려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붙들고 싶었던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작가의 말   


섬세한 시선은 곧이어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그 시선 끝에는 자신으로 향해있다. 타인의 낯을 제대로 바라보는 행위는 어쩌면 나 자신을 바라보기 위함이 아닐까. 당신의 미세한 눈가의 떨림에 나의 전체가 반응하고 그런 감각의 사유에서 붙잡고자 하는 것은 자신뿐이었다고.



"나는 팔을 내밀어 유나를 잡았고 땀이 나서 미끌미끌한 그 팔은 잡기에는 너무 가늘고 연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좀 슬퍼졌는데 우리가 뭘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건 빈곤함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몸을 만질 때나 함께 걸을 때나 사랑해,라고 표현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마음에 비해 그걸 드러낼 방법이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원래 없다기보다는 우리의 무지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애초에 없는 것이 아니라 가지지 못한 것 같았다"  p.20


우리는 왜 몰랐을까. 내가 너를 안을 때 그 감촉과 심장의 박동은 이렇게나 선명한데, 너를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를 설명할 방도는 없었다. 이것이 우리의 잘못이었을까. 사랑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를. 그 누구도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선배는 국화를 참아냈고 그렇게 선배가 참는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마음이 서늘했다. 그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란 안 그러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절박함에서야 가능한데 그렇다면 그 감정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p.22 

그 모든 것들을 참아냈을 때 비로소야 우리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오랜 불행이 깃들어 있는 낯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과거 당신의 상처가 나의 것인 것 마냥 착각하게 만드는, 그 기적과도 같은 불행을 위해.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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