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토닥토닥

목련 앞에서

그 자리의 꿈

by 시인 손락천

물오른 가지에 수백의 등이 하얗게 켜지고

생각했더이다

지난해에도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왔으니

웃자란 가지의 꽃눈은 옛 꽃눈이 아니고

그날을 기억하여 피었지만 그 기억의 꽃이 아닐 게라고


사이사이 든 바람에 꽃잎 하얗게 날리고

또 생각했더이다

살았다는 게 남긴 그만큼의 흔적에

그 기억하던 것으로 돌아간다는 건

실은 그것이 아니라 그 흔적 어림을 서성이는 게라고


그렇게 생명에게는 다시 제자리라는 것이 없고

생각되더이다

모습과 마음은 옛 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만

기억남은 날 동안 엇비슷한 상황은 다시 오고

삶은 그렇게 맞은 상황에서 조금 더 짙거나 옅어지는 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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