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오른 가지에 수백의 등이 하얗게 켜지고
생각했더이다
지난해에도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왔으니
웃자란 가지의 꽃눈은 옛 꽃눈이 아니고
그날을 기억하여 피었지만 그 기억의 꽃이 아닐 게라고
사이사이 든 바람에 꽃잎 하얗게 날리고
또 생각했더이다
살았다는 게 남긴 그만큼의 흔적에
그 기억하던 것으로 돌아간다는 건
실은 그것이 아니라 그 흔적 어림을 서성이는 게라고
그렇게 생명에게는 다시 제자리라는 것이 없고
생각되더이다
모습과 마음은 옛 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만
기억남은 날 동안 엇비슷한 상황은 다시 오고
삶은 그렇게 맞은 상황에서 조금 더 짙거나 옅어지는 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