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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Nov 24. 2020

묵언의 서

默言의 序

행간의 문을 잠그고

생각을 가둔다


찬바람 일던 골목

그 길에선

지금은 혼자지만

언젠가는 함께할 동지가 있을 거라 토닥이기도 하였지만

이젠 외려

혹여 이 길에서 벗이라도 만날까 두렵다


세상 무서운 줄 알면서도

한 줌 열망 속없이 세상에 던졌던 까닭이다


그날의 골목에선 그대로의 열망이었으나

세파에 찌들수록 열망은 영악해졌고

이젠 어떤 행간에서도 곧은 생각을 열지 못한다

하여 부끄러워, 행여 그 부끄러움 타인에게 끼칠까 싶어

닫는다

행간을, 그 행간의 오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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