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슬픔도 아닌 공간에 걸음 흔덕인 것은
바람이 헛헛하여서도 구름이 먹장이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떠날 때 아름다워야 진정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에 순복할 수가 없어서였다
어쩌면 당연하고, 그래서 흔한 말이 되었겠지만
현실에서 그 말 그대로를 경험하였던 적 있었던가
그런데 후드득
이 거리의 하늘에서 가을이 떨어졌다
그리고 분명
그 거리에서 가을은 떠날 때가 더 환하였다
- 손락천
우리는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 투성이 속에서 살고 있지만, 실은 기억하지 못하였을 뿐 이미 알거나 경험하였던 것들 속에서 살았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