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에
지킨 약속을 이어 선을 긋고
지키지 못한 약속을 이어 선을 그으면
그 쌍곡선 마주한 어느 즈음이
현실의 주소리라
그러나 시방은
지킨 약속과 지키지 못한 약속의 쟁투
그 현실의 희비 앞에서
과히 웃거나 울지 않으리라
사람과는 달라
약속을 어기는 법 없는 시간은
이윽고 꽃길을 지나
장마의 눈물을 쏟았고
희비의 애환
쏟아 흐른 시간만큼
늙었으니, 낡았으니
아련히 아련히
경계 잃은 그리움이 되었으니
- 손락천
너무 자랑치도 원망치도 말자
지킨 약속과 지키지 못한 약속의 가열찬 쟁투
그것이 삶이라 하여도
어차피 시간은 가고
우린 그렇게
늙어 낡아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