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까운
비 내린 창에 허물 거린 거리
생경한 풍경에 끌려 창 앞에 섰다
하얗게 입김 불어 둥근 액자 하나 그려 두고
웃고 있다
1874년 카퓌신 35번가의 스튜디오에 그림을 건 듯
창 속의 내가 웃고 있다
- 손락천 시집 [꽃비]에서
*마치 감각된 그대로의 인상을 그린 인상파 화가가 된 듯. 거실 창에 입김 불어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놓고 그 속에 비친 나를 보았다. 빗물 따라 흘러내리는 내 모습. 마치 자화상을 창에 걸어 둔 것 같다. 나는 웃다가 갑작스러운 서글픔에 흠칫했다. 나는 인상파 화가도 아니고, 그들처럼 감각적이지도 않으며, 온전히 나를 투영하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1874 카퓌신 35번가에서 최초의 전시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