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 경험론자, 본유 성질

철학(哲學)인가? 철학(鐵學)인가? 4

by 시인 손락천

데카르트 이래로 대륙에서는 합리론이, 영미에서는 경험론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경험론은 주로 데카르트의 사상적 지반에서 그의 사상을 비판함으로써 형성되었다.



경험론자의 대표적인 주자는 베이컨, 로크, 버클리, 흄 등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소위 말하는 ‘경험주의’라는 사조를 형성한 이는 로크였다.



그는 모든 지식과 진리의 연원을 경험과 관찰에 두었다. 즉, 인식 주체가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대상에 일치하는 지식을 얻게 되고, 그렇게 얻어진 확실한 지식이 곧 진리라는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이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진리를 얻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 과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상의 핵심은 신으로부터 독립하여 인식하는 주체와 과학주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모든 지식과 진리가 경험과 관찰에 의하여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과학적 방법을 방해하는 관념들은 진리를 위해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즉,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인식할 수 없는 것들, 예를 들면 신이라든지, 신화라든지, 본유관념이라는 보편 개념들은 실재하지 않는 관념상의 허구로써,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진리를 인식하는데 방해가 될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유명론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계에는 경험과 관찰로서 인식되는 개별자가 있을 뿐이고, 보편자는 다만 그 개별자로부터 추상된 명목상의 이름일 뿐이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데카르트를 비판한다. 대상을 실재와 일치하게 인식토록 한다는 완전한 개념으로서의 본유관념, 즉 이성에 내재되어 있다는 그 본유관념은 보편자로서 실재하지 않는 것이고, 그러한 생각이야말로 중세의 신학이 데카르트에게 남긴 독소라고 한다.



그는 대상에 일치하는 인식이 가능한 것은 이성에 내재된 본유관념 때문이 아니라, 인식대상이 가지고 있는 원래적인 성질 때문이라고 한다.


자세히 설명하면, 인식 주체가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은, 누구나 동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과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나뉜는데, 그 중 동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이 인식 주체로 하여금 확실한 지식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과’를 예로 들면, 그것을 경험하고 관찰하면 누구든지 이것을 ‘사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기온’을 예로 들면, 그것을 경험하고 관찰하면 사람들마다 “혹은 덥다. 혹은 춥다. 혹은 알맞다.”라고 각기 다른 인식을 할 수 있다. 즉, 전자는 그 대상 자체가 주체에 의존하지 않는 본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후자는 그 대상 자체가 주체의 경험에 의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로크는 인식 주체가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이유는, 이성이 대상을 완전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본유 성질을 가진 대상, 즉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확실할 지식에 이르게 하는 대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그는 [진리에 다다를 수 있는 성질은 인식 주체에게 있는 것(본유관념)이 아니라 인식대상에게 있는 것(본유 성질)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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