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哲學)인가? 철학(鐵學)인가? 11
이것은 철학외적인 연구가 근대철학의 근거를 와해해버린 아이러니였다
프로이트는 철학자가 아니라 의사였다. 그런데 그러한 그가 의사로서 인간 내부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무의식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이루어져 왔던 근대철학의 주체개념을 무너뜨려 버렸다. 이것은 철학외적인 연구가 근대철학의 근거를 뒤흔들어 버린 아이러니다.
그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병리행동의 원인을 관찰하던 중 무의식의 존재를 발견한다. 그리고 꿈에 대한 연구를 계속함으로서 그것이 환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무의식은 겉으로 표현되지 않고 내부적으로 갈무리되어 있는데, 이것은 주로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욕망이라고 한다. 즉,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성교하겠다는 욕망(오이디푸스 콤플렉스)과 같은 것들,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면 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할 성적인 욕망 등이 무의식을 구성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 무의식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무의식은 의식(이성)과 단절되어 있어, 의식이 무의식의 현황을 알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의식으로서는 무의식을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곳곳에서 나타나는 무의식적 행동들에 대하여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허용될 수 없는 욕망으로 이루어진 무의식은 의식이 아니라 또다른 무의식에 의하여 겉으로 표현되지 못하도록 통제되는데, 프로이트는 전자를 id라고 했고, 후자를 super-ego라고 했다. 반면에 의식은 ego라고 칭했는데, 의식은 위와 같이 무의식이 인간의 정신 속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즉,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르면, 무의식의 시스템으로 인하여 허용될 수 없는 욕망은 스스로 통제되고, 그러한 무의식 사이의 충돌이 의식을 통하여 허용되는 욕망으로 변형되어 해소된다는 것이다.
무의식의 존재로 인하여 근대적 주체가 해체되다
의식(이성)을 주체와 동일시하여, 그러한 의식이 주체와 대상을 통일성있게 사유하고 지배한다는 것이 근대철학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무의식의 발견으로 인하여 인간의 정신은 의식으로만 형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의식이 인지하지 못하는 거대한 무의식이 존재하고, 나아가 이것으로 인하여 무의식의 세계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에서 의식의 세계에 반영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성에 기초한 근대철학의 주체개념은 분해되고 만다. 왜냐하면 주체 내부에 의식할 수 없는 욕망(id)이 존재하고, 아울러 이를 억제하는 타자(내면화된 도덕질서 - super ego)가 존재하는 이상, 주체는 그가 의식하지 못하는 욕망에 의하여 그가 의식하지 못하는 행위를 하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어서, 더 이상 주체를 투명하거나 통일성 있는 존재로 볼 수 없고, 나아가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의 산물인 주체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지 않은 의식이 행하는 인식과 행위만으로 진리에 이른다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