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哲學)인가? 철학(鐵學)인가? 12
존재하는 모든 것이 권력의지의 산물이라는 그의 생각은 근대철학의 근간이 되었던 주체개념이나 진리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든 치명적 도발이었다.
니체는 매우 독특한 이론과 화려한 문체를 가진 철학자였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상태에서 철학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모든 것에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본질이 아니라 힘과 의지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가령,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는 단지 이를 말하는 이가 이 말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그것이 자명한 것인 양 주장하였던 것일 뿐, 실제로 사유로 인하여 주체가 존재한다고 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주체든 객체든 간에 그것이 가진 의미는 그 대상에게 그 의미를 가지도록 포섭한 힘에 의해 결정된 것이고, 그러한 힘은 힘으로 하여금 그렇게 작용하기를 의도한 의지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라고 본다.
이른바 계보학인 것이다. 가령, 아름답다, 추하다. 옳다, 그르다, 많다, 적다 등의 개념은 원래부터 그러한 본질이 있어서 그러한 개념이 정립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의미을 가지도록 한 의지와 힘에 의해서 정립된 것일 뿐이므로, 그러한 개념의 가치와 의미는 바로 이것을 형성한 의지가 무엇이냐를 관찰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이 진리인가?”라는 형이상학적 물음을 “어떤 것이 진리인가? 그것을 진리라고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바꾸어버린 혁신이었다
어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어떤이의 몸매가 아름답다”라고 했을 때, 그것을 아름답다라고 인식하게끔 한 아름다움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것이 근대까지의 형이상학이었다.
그러나 니체는 이러한 질문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몸매가 아름답다라는 것은 그렇게 인식한 자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그 몸매의 가치를 평가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떤 대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든 아니든 간에, 그러한 인식을 하게끔 한 의지를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대상에 대한 온전한 의미와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니체는 그러한 의지를 권력의지라고 했다. 따라서 그는 비록 의미와 가치, 그리고 힘과 의지를 내세워 대상을 설명하려고 하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대상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것이 권력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으로 통일될 뿐이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이 권력의지의 산물이라는 그의 생각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고, 근대철학의 근간이 되었던 주체개념이나 진리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든 치명적 도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