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게
나는 귀머거리
당신의 두드리는 소리
듣지 못하고
나는 소경
당신의 애절한 모습
보지 못하네
나는 벙어리
당신의 생활
증언치 못하고
나는 앉은뱅이
당신의 가신 길
가지 못하네
나는 문둥병자
당신의 아픔
느끼지 못하고
나는 죄인
당신의 손목에
못을 박네
나는 간음한 여인
복음에 살고프고
세상도 살고프고
나는 곤고한 사람
어찌할 수 없는 나에게
눈물만 짓네
- 손락천 시집 [비는 얕은 마음에도 깊게 내린다]에서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하루만큼을 남긴다는 것이다. 오욕에 찌든 삶일지라도 지나가면 빛바랜 용서가 될 것이라는 마음을 품고서. 잔인했던 지난날이 추억이 되어 돌아오는 것은 이다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여 망각이란, 또 기억이란, 신이 [네 살으라]고 준 버팀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