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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Feb 07. 2017

아네모네

바람이 귓불을 스친다    


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간질임에

그대 일었음을 안다    


바람이 온몸을 훔친다    


몸짓은 볼 수 없어도

구석구석 펄럭임에

그대 치열함을 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다    


홀로 선 것 같아도

그대 손길에

나 살아 버팀을 안다    


- 손락천 시집 [꽃에 잠들다]에서




아네모네에 대한 여러 가지의 신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꽃의 여신 플로라에게 아네모네라는 시녀가 있었다. 미모가 뛰어난 아네모네는 바람의 신 제프로스와 사랑을 하였는데, 그 제프로스가 바로 플로라의 남편이었다. 플로라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알고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아네모네를 멀리 떨어진 포모노 궁전으로 보냈다. 그러자 제프로스는 플로라 몰래 아네모네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사랑을 나누곤 하였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어느 날 플로라는 제비로 변신하여 두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갔고,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네모네를 죽였는데, 그때 뿌려진 피가 꽃이 되었고, 그 꽃이 아네모네였다.


하지만, 이후로도 바람의 신 제프로스는 아네모네를 잊지 못하여 봄이 되면 언제나 부드러운 바람을 보내어 아네모네가 피게 하였고, 그래서 아네모네를 바람꽃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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