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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Jan 26. 2017

그리운 곳

죽장면 상옥리

다만 잃어버린 것은 세상을 바라보던 내 마음일뿐.



  시간이 더디 가는 세상을 잃어버렸다.

 
  인터넷도 없고 통신수단도 없었던 그때, 신속 정확한 그 무엇을 기대할 순 없었어도, 최소한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이제, 밝은 낮은 있으되 칠흑 같은 밤은 없어졌고, 분주한 쉼은 있으되 한숨 놓는 고요함은 사라졌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었다 할지라도 내 기억 속에 있던 세상이 없어지지는 않았을 터, 다만 잃어버린 것은 세상을 바라보던 내 마음일뿐이다.



상옥은 그런 곳이었다
 
시간이 멎고, 이해 밝음이 멎는 곳, 그곳에는 환한 낮과 칠흑 같은 밤이 있고, 모두가 절기를 따라 맞춤 맞게 일을 했다
 


  응당 할 것을 하면 되는 세상, 기다림이 조급함을 이기고 흘러감이 거스름을 타이르는 곳, 그곳은 온통 산이고 물이었던 내 어릴 적 살던 곳, 마음 그대로의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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