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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Mar 22. 2017

우째야쓰까

웃자

벼 무성한 논에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피 뽑아라.]


아니! 제가 거머리도 아니고 누구 피를......


어이없으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 피 말고 이 피!]


그러나 손에 드신 것은 그 누구의 피도 아닌 벼 한 뿌리였다.


손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벼를 뽑으시라는 것인가......

보여 주신 대로 열심히 벼를 뽑았다.


물끄러미 하는 모양을 보시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휴우. 됐다. 집에 가서 소 꼴이나 베어라.]


눈을 껌뻑였다.

소 꼬리를? 왜? 소가 난리 칠 텐데......


하지만 침묵이 금이라며 집에 가서 눈 꼬옥 감고 소 꼬리를 잘랐다.

뎅겅.


잘린 꼬리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아! 아버지의 말씀이 이 뜻이었나?


그런데......

이제 어떡하지?

이 꼬리 없는 소를.


- 손락천




시를 써야 하는 데, 졸지에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이제 [웃자]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겠다.


참고

피 : 볏과에 속한 한해살이풀. 벼와 유사하게 생겼으나, 벼의 생장을 방해하는 잡초.

꼴 : 소나 말에게 먹이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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