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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Mar 30. 2017

무림의 고수를 꿈꾸다

그러나 꿈은 꿈이었을 뿐이다.

나는 초야의 고수이기를 꿈꾸었다.



  무협지를 보면 여러 고수들이 나온다. 그중에는 별 볼일 없던 사람이 기본적인 삼재 검법에만 몰두하다가 대오각성을 하여 어느 날 무적의 존재가 되고, 급기야 대문파의 위선을 징벌하기까지 하는 캐릭터가 있다. 


  나는 이런 캐릭터에 열광한다. 어떤 분야이든 이런 고수가 나타나야 그 분야의 세상이 썩지 않는다. 


  경각심인 것이다. 이러한 경각이 없으면 고인 물이 썩듯 그 분야의 세상은 그 상태로 유지되다가 결국은 썩게 되고, 고착화된 불평등이 야기한 분노의 불이 언젠가는 모두를 삼켜 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초야의 고수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나는 기를 쌓겠다고, 그래서 단전호흡을 한답시고 푸른 초장에 서서 숨을 쉬지 않았다. 그러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앞니를 잃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그 이후로는 숨을 쉬지 않더라도 앉아서 숨을 참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단전호흡을 한답시고 쌓아 둔 쌀가마니 위에 올라앉아 숨을 쉬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우측 안면을 갈아붙였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 이래로 나는 숨을 쉬지 않더라도 누워서 숨을 참았다. 누워서는 단전호흡을 하든, 숨을 참든 무척 안전했다. 그러나 누워서 숨을 조절하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고 말았다. 



결국, 고수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일장춘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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