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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Mar 31. 2017

야망이 없다

그러나 아주 없지는 않다.

  나는 야망이 없다. 권력, 금력, 명예를 가졌으면 좋겠지만, 그것을 가지려면 매우 번거로울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안 가지고 말겠다는 식이다. 


  무슨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번거롭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소질을 쏟아 넣을 뿐이고, 비록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나를 번거롭게 하는 사람이나 상황을 노력과 시간을 들여 조금씩 눈 밖으로 치워버릴 뿐이다. 


  물론 이러한 성향이 생긴 데는 [가난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던] 유년기의 무기력함이 한몫하였을 것이다. 만약 풍부한 교재와 교육이 제공되었더라면, 그래서 아마 야망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더라면, 아마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정이 그러하였다면, 나는 문학과 철학에 야망을 두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관심을 끊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미련이 남아있지 않다. 이미 교육과 훈련의 적기가 지나 버렸고, 만학의 열정을 가지기에는 그만한 매력이나 내적인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깊어질 테니 그것만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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