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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Apr 26. 2017

수요일, 비 그친 거리를 가자

산다는 것

마음대로 가본 적이 없다.



 나는 이제껏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저어하며 살아왔던가?


 고정된 생각과 습관은 어느 듯 나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그러한 껍데기가 결코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이 아님은 이미 명확하다. 삶과 생각과 태도, 그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비가 계속된다면, 오늘 저녁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집에 들어가 볼까? 낭만적 사치일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이 상황에서, 나는 달리 무엇을 할 것인가? 한 번도 마음가는대로 가 본 적이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이제 간다.



 비구름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는 몰라도 뿌리던 빗줄기가 멈췄다. 이대로 올해의 봄비는 얼마간의 비를 남긴 채 사라지는 것이리라. 비가 계속되었다면, 장미 한 다발을 샀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 멋쩍다. 그리고 명분도 없다.

   

 이제 오늘이 가고 이틀이 더 가면 다시 이틀을 쉰다. 쉼이란 언제나 필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쉼이 더욱 절실할 때다. 심신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이제는 졸음도 오지 않는다. 근심이 큰 까닭일 테다. 어쩌면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한 번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할 테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한 번도 이미 경험한 미래를 산 적이 없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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