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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Apr 28. 2017

정말로 가난했을까?

산다는 것

정말로 그랬던 것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전혀 의심하지 않고 지나온 세월인데도, 요즘은 한 번씩 이런 의심이 든다. 정말로 우리는 그다지 가난하였던 것일까? 고기 한 번을 사서 구워 먹지도 못하고, 마음 놓고 책 한 권을 사기도 힘들며, 하고 싶다는 공부도 한 번 못 시켜 줄 정도로 가난하였던 것일까?


 돌이켜보면, 해 본 것이 없고, 먹어 본 것이 없으며, 경험해 본 것이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히 하였을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한 채 자랐고, 살아왔다. 그래서 결국 지금 전혀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고, 또한 그렇게 살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가 그토록 어려웠고, 그래서 살갑게 살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과거는 원망해봐야 소용없음을 이미 아는 탓에 원망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다만 누구를 원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랬던 것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엄마 생일이 다가온다.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묻지 않고 웃다가 오련다. 내가 아이의 부모인 것처럼, 엄마도 나의 부모이고, 내가 엄마에게 하는 것처럼, 아이도 나를 원망하지 않고 측은하게 여겨 마음을 써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나를 알아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황금률. 대접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라.


 나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무한정으로 인내할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니까.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그렇게라도 혼자가 아니어야 하니까.


 그동안 나는 마치 무슨 딸깍발이인 것처럼 한 번도 마음 편하게 나를, 주위를 제대로 손잡아 살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 그게 아님을 안다. 어쩌면 지금 나는 나를 알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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