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쓰다
오래 전의 일이다
푸르게 앓던 마음이 붉은빛 아픔을 영글었던 때가
이제는 기억에만 있다
씩씩 분에 차 빡빡 땅을 차던 마음이
삶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는 것이라 했지만
흐르는 것이기도 했다
삶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이 흘렀고
헤엄치지 않아도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고 달라질 것은 달라졌다
오래 전의 일이다
앓고 아픈 마음에도 씩씩 거리며 빡빡 땅을 차지 않은 것이
물처럼 흐른 마음에는 빛이 남았다
흐르고 흘러 강으로 섞인 노을빛이
- 손락천
요동치는 감정이 잠자게 된 것은 세월 때문이 아니었다.
간절히 원하여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불같이 성내어도 달라지지 않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간절함이 흘러 퇴색되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성냄이 흘러 바래면 달라지지 않는 세상도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