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 빠지다
마음의 시간.
아침이 밝아서 좋다. 아직 어둠이면 시간을 손해 보는 것 같아서다. 저녁이 밝아서 좋다. 아직 밝음이어서 시간을 번 것 같아서다. 날이 더워지는 것은 버겁지만, 여름으로 가는 계절은 그래서 좋다.
시간의 절대량은 늘거나 준 적이 없지만, 마음의 시간은 어둡고 밝음에 이토록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하다.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느낌과 반응이기 때문이다.
푹 빠지련다.
이번 여름은 여름에 푹 빠져 지내보련다. 마음 깊이 여름에 빠져 지내면, 비록 덥더라도 늘어 난 시간인 것처럼 살뜰한 여름이 될 터다. 그리고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나면 평생에 맞았던 그 어떤 가을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은 가을을 맞을 수 있을 테다.
나에게 결실이란.
시인이다. 작가다. 그래서 맺을 수 있는 결실은 어차피 글일 테다. 이 여름을 잘 보내고, 평생 내기 버거운 책을 이 한 해에 내고 나면, 어느 순간 마음의 소욕이 해소될 터다.
유년 시절. 무엇 때문에 하기 싫은 수학을 억지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깊이 불평했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고, 그래서 글을 쓰는 배움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 누구도, 그 어떤 선생님도 이런 마음에 부응하는 이가 없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꿈. 그리고 뒤늦게 시인이 되었지만 매진하지 못했던 글쓰기. 내려놓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마음이다. 여태껏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소망하였는지를 알지 못하다가 이제 알게 되었으니, 푹 빠져 보련다.
삶을 장담할 수 없기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오지 못할 시기일 수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