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로 숨었다

편지 한 통

by 시인 손락천

달보다 더 밝은 등이 켜지면

시작되려던 밤은

잠을 앗아 산그늘로 숨었다


달빛은 어둠에 물들지만

등빛은 어둠에 물들지 않는 까닭이었다


사람은 밤에게서 어둠을 앗고

밤은 사람에게서 잠을 앗고

그렇게 앗은 것으로 앗기었다


- 손락천



조금씩 잠을 잃어갔다.

까닭을 모르다가 비로소 밤이 어둠을 앗긴 탓이란 사실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