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해주오

편지 한 통

by 시인 손락천

혹 내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든

내 사는 세상에 바람이 일고 비가 왔다고 생각해주오

세상은 마음과 달라

밝을 때에 어둡거나 맑을 때에 비가 내릴 수도 있고

한 달음 걸음의 길이어도

그래서 가지 못할 때가 있소


혹 내 있어야 할 자리에 없거든

내 사는 세상에 구름이 일고 벼락이 쳤다고 생각해주오

혹 그대 자리에 없는 날에도

내 그리 생각하겠소


- 손락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