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묻다
#1
진실로 묻노니
바람, 그대에겐
빛깔이 없는가?
바람, 대답하노니
나에겐 빛깔이 없소
그대도 알지 않소
나는, 말하기를
과연 바람에겐
빛깔이 없다 하였다
#2
본 것은
보이는 대로 있는 것이 아니더니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대부분을
담은 것이더니
거센 바람에
소담히 선 나무 하나
무엇 어떻게 하였는지
열매 하나에 거두었다
바람에게서, 환한 빛, 주황
- 손락천 시집 [시를 묻다]에서
문득 아플 때가 있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살기 보다는 현실이 시키는 대로 살았던 까닭이다. 그래도 돌아볼 때가 있다는 것은, 그리고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살았다는 증거다. 조금씩 돌아보고, 조금씩 나아가며, 조금씩 쌓아가는 그 길에 섰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