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향, 향내를 묻다

시를 묻다

by 시인 손락천

#1


진실로 묻노니

바람, 그대에겐

향내가 없는가?


바람, 대답하노니

나에겐 향내가 없소

그대도 알지 않소


나는, 말하기를

과연 바람에겐

향내가 없다 하였다


#2


느낀 것은

느낀 대로 있는 것이 아니더니


느껴지는 것은

느껴지지 아니한 대부분을

담은 것이더니


거센 바람에

소담히 선 나무 하나


무엇 어떻게 하였는지

열매 하나에 거두었다

바람에게서, 진한 내음, 진지향


- 손락천 시집 [시를 묻다]에서




정유년 새해가 밝고, 다시 선 정초의 하늘 아래에서 물었다. 사랑과 열정이 꿈처럼 진 자리, 그 자리에 자그마한 새싹 다시 돋았는가? 무엇인가를 지독하게 사랑하며 살아왔다면, 이 물음이 이처럼 아프지 않았을 터다. 그래. 인정하자. 삶의 근원에 대한 물음은 자신만을 아는 이기주의자가 묻기에는 이다지 버거운 것이란 걸.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