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3-3
3-3
한국철도공사의 청구는 그랬다.
구미역사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차계약은 서브프라임의 책임 있는 사유(투자금의 목적 외 사용과 차임의 미지급)로 해지되었으므로, 서브프라임이 한국철도공사에 그 임차목적물인 사업시설을 명도해야 하고, 아울러 수년 동안 차임의 지급 없이 상업시설을 점유하고 사용하여 왔으므로 해당 차임만큼의 부당이득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 청구하는 부당이득금 또는 손해배상금의 규모가 100억원을 상회한다.
우리의 대응논리는 그랬다.
첫째, 한국철도공사가 사실은 구미역사 상업시설의 사용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지하주차장을 건축하여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지상주차장을 건축하면 되는 것처럼 서브프라임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서브프라임으로 하여금 한국철도공사와의 사이에 구미역사 상업시설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던 것이므로, 그러한 불법행위자가 그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고, 아울러 계약의 해지권 역시 서브프라임에게 있을 뿐, 한국철도공사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위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한국철도공사와 서브프라임은 각각 반반씩의 공사대금을 부담하여 지하주차장을 건축하기로 하되, 서브프라임이 10년 동안 상업시설은 물론이고 지하주차장에 대한 운영권을 가짐으로써 지하주차장의 수익으로 서브프라임이 지하주차장과 관련하여 과부담한 공사대금을 보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그 전제되는 지하주차장의 운영수익은 KTX가 구미역사에 정차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예상 수요에 따라 분석된 수익을 기초로 한 것인데, 한국철도공사는 곧 KTX의 구미역사 정차가 폐지될 것이라는 사실을 서브프라임에게 고지하지 아니하는 부작위의 기망행위를 하였고, 이에 속은 서브프라임으로 하여금 잘못된 지하주차장의 수지 분석을 하도록 하여 위 합의를 하게 하였던 것이므로, 이 역시 기망에 의한 합의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불법행위자가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주장할 수는 없고, 계약의 해지권 역시 어디까지나 서브프라임에게 있을 뿐, 한국철도공사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 임대차계약에서 약정된 차임은 지하주차장이 완공되고 그로써 구미역사 상업시설이 사용승인이 되면 그때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그러므로 위 조건이 완성되지 아니한 이상, 그리고 서브프라임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것이 아닌 이상, 한국철도공사가 청구하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이나 손해배상금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아니한 것이다.
소송기록이 계속 불어났다.
서브프라임은 물론이고 한국철도공사의 입장에서도 사활을 건 싸움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창과 방패의 변론 내용이나 증거가 작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소송기록을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도대체 쌍방이 어떤 증거를 제출했는지조차 모를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불어난 소송기록의 양만큼 불안감도 더해갔다.
소송기록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어렵게 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간편한 힘의 논리로 결말이 가닥 잡힐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