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신의탁
냉동 브로콜리에 호박벌이 박혀 있었다
스페인의 따듯한 태양 아래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브로콜리에도 꽃이 피는 줄은 몰랐어
크게 보아도 작게 보아도 숲이 되는 곳
광활한 초록색의 구체 위를 날아다니며
노란 꽃의 달콤함을 찾아다녔구나
바지런히 돌아다닌 어느 날
참새를 피할 줄은 알았어도
숲이 통째로 뽑힐 줄은 몰랐구나
콜롬버스처럼 대륙을 건넜지만
차가운 석상처럼 굳어버린 몸
끝내 벌집에는 돌아가지 못했구나
7000원짜리 스페인산 냉동 브로콜리
그곳에 호박벌이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