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을 보며 걷고, 멈추고, 서성여야 하는 도시
Written by 이종선
도시는 사람의 뒤통수를 보며 살아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원래 삶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눈을 마주치는 일마저 경계의 신호가 되어 버렸다.
출근길,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앞사람의 뒤를 조용히 따라선다. 퇴근 시간이 되면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도시는 사람과 차가 쉴 틈 없이 밀려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거대한 숨결을 반복한다. 교통공학에서는 이를 인바운드, 아웃바운드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 속에서 삶의 풍경을 본다.
도시는 사람의 뒤통수를 보며 살아가는 곳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언제부터 상대의 얼굴이 아닌 뒷모습을 보며 걷고, 멈추고, 기다리고, 서성였을까.
원래 삶은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소를 주고받으며, 표정 속에서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관계였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두 눈을 마주치는 일마저 경계의 신호가 되어 버렸다. 시선이 부딪히면 싸움을 걸자는 뜻으로 오해받을까 회피한다. 그 결과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서로의 뒷모습만 좇으며 살아간다.
사람의 언어는 목소리뿐 아니라, 눈빛과 몸짓, 표정 속에 담긴다. 뒷모습을 통해서는 그 어떤 것도 온전히 알 수 없다. 도시가 삭막하고 고립감을 주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사람의 뒤통수를 보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 그것은 물리적 풍경이자 정서적 현실이다.
그러나 길은 늘 있다.
다시 고개를 들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때, 다시 손짓과 눈빛으로 말을 걸 때, 도시는 온기를 되찾을 것이다.
도시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닌, 서로 마주 보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삶이 있는 도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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