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속 달리면 결국 나를 잃는다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할 때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이종선


― 계속 달리면 결국 나를 잃는다.


마음이 자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도

일상이 여전히 ‘해야 할 일’로만 채워져 있다면

삶의 속도를 한 번쯤 점검해 봐야 한다.


늦추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뤘다 해도 공허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꾸만 엇갈린다.

하루의 끝에 남는 것은 뿌듯함이 아니라 피로감이고,

누군가와 나눈 대화보다 해야 했던 일의 목록만 떠오른다.


이종선.jpeg


몸도 반응한다.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으며, 언제부턴가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모두가 잘 달리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

그 불안이 하루하루를 지배한다.


결국,

그 불안은 허전함이 되고,

그 허전함은 외로움으로 굳고,

그 외로움은 담이 되고 그림자가 돼

어느 순간,

삶 속에서 ‘나’를 희미하게 만든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더 이룰 게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는 일은 게으름이 아니라 나를 다시 느끼기 위한 행위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하루를 되감아보고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답을 해주는 일.

그렇게 삶은 다시 살아 있는 것이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거 구독하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