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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시티 (1)

도시도 스타가 됩니다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도시도 스타가 됩니다.

어떤 도시는 마치 셀럽처럼 세상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뛰어난 경제적 기회, 수준 높은 문화,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 최고의 교육환경과 첨단 인프라를 갖춘 극소수의 도시들은 오늘날 ‘슈퍼스타 도시’라 불립니다.


이들은 마치 블랙홀처럼 인재와 투자, 기업을 빨아들이며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합니다. 도시판 ‘승자독식’인 셈입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습니다. 슈퍼스타 도시를 성공으로 이끈 과거의 영광이 저절로 다음 단계의 도약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성공의 경험이 발목을 잡을 수 있죠. 승자독식이라는 왕좌가 영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이 선택하는 도시들


2022년, 애플 CEO 팀 쿡의 연봉이 9,900만 달러를 찍었습니다. 미국 평균 근로자의 1,400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세계적 기업의 대표, 스타 연예인, 영화배우, 유명 강사, 일류 운동선수들이 일반인의 수백, 수천 배에 이르는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극소수가 엄청난 보상을 독차지하고, 나머지는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이런 상황을 ‘승자독식’이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이 이제는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뛰어난 도시는 더 많은 인재와 투자를 끌어들이며 성장을 거듭하고, 다른 도시들과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도시의 승자독식이란 경제적 기회, 평균소득, 문화 수준, 네트워크의 질, 교육과 인프라 등 모든 측면에서 뛰어난 ‘슈퍼스타 도시’가 마치 블랙홀처럼 인재와 투자, 기술을 빨아들이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결과 특정 도시가 다른 도시들을 압도하며 전체 파이의 상당한 부분을 독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슈퍼스타 도시의 승자독식 개념은 와튼스쿨의 조셉 규르코와 크리스토퍼 마이어, 토론토 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등이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리다는 “과거에는 탈산업화와 교외화가 도시의 위기였다면, 이제는 슈퍼스타 도시와 나머지 간의 격차가 위기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한 곳으로 자원이 쏠리는 현상을 잘 보여 주는 지표 중 하나가 벤처캐피탈 투자입니다. 벤처캐피탈은 말 그대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무담보로 투자에 뛰어드는 모험형 자본입니다.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펀드 형식으로 복수의 기업에 투자하며, 단순히 돈만 대는 게 아니라 경영 컨설팅을 하고 추가 투자까지 연결해 줍니다. 당연히 이런 투자가 몰리는 곳에서 혁신은 더 빠르게, 더 크게 일어나게 됩니다.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영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전체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런던이 차지하는 비중이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치솟았습니다. 맨체스터, 케임브리지, 브리스톨을 모두 합쳐도 런던의 13분의 1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독일 베를린이나 인도의 벵갈루루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베를린은 벤처 투자 집중도가 24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벵갈루루는 15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급상승했습니다. 특히 벵갈루루는 인도 전체 유니콘 기업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며 ‘인도의 실리콘밸리’라는 명성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중심의 일극화 현상이 큰 문제로 이야기되죠.


물론 한 도시가 기업과 자본에게 선택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인재와 자본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압도적 성장을 구가하지만, 바로 그 성공이 도시 정체와 쇠락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 역사는 영원한 왕좌란 없다고 가르칩니다. 오늘의 슈퍼스타 도시가 내일의 몰락한 거인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게 변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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