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시티 (2)

검증된 소수의 도시로 자본과 기업이 쏠리는 시대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인구감소 시대의 역설은, 도시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검증된 소수의 도시로 모든 것이 쏠리는 '승자독식'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앞의 글에서 도시의 승자독식 현상과 슈퍼스타 시티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소수의 도시에 전 세계 투자가 몰리는 현상도 다루었죠. 이런 투자 집중은 해당 도시에서 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분포가 이를 잘 보여 줍니다. 유니콘이란 전설 속 동물로, 이마에 뾰족한 뿔이 난 말의 모습을 하고 있죠. 경쟁이 치열한 벤처 생태계에서 살아남아 천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을 전설 속 동물에 비유한 것입니다.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일컫는 말로, 2024년 기준 전 세계에 약 1,250여개 기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나무, 야놀자, 당근, 직방,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무신사 등이 유니콘입니다. 물론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유니콘을 졸업한 회사들도 있죠. 독일 증시에 상장된 우아한형제들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코스피에 입성한 하이브가 그 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유니콘 기업의 지리적 분포입니다. 전 세계 300여 개 도시에 흩어진 유니콘 중 절반에 가까운 538개가 상위 10개 도시에 몰려 있습니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에 171개, 뉴욕에 119개, 베이징에 62개, 상하이와 런던에 각각 42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극소수 도시들이 고성장 스타트업과 벤처투자를 싹쓸이하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더 큰 괴물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이나 ‘헥토콘’(기업 가치 1,000억 달러 이상) 기업들입니다. 오픈AI, 디스코드, 스페이스X, 바이트댄스, 쉬인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죠. 이들 역시 아무 도시에나 있지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호손, 베이징, 싱가포르 등 이른바 슈퍼스타 시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승자독식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입니다.


인구로만 보면 전국의 18퍼센트 수준이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입니다. 전국 대학생(일반대학)의 26퍼센트, 전체 법인의 31퍼센트, 전국 스타벅스의 33퍼센트, 전체 기업 법인세의 43퍼센트, 국내 유입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45퍼센트, 전체 은행 예금의 51퍼센트, 전체 항공·육상 운송업 매출의 54퍼센트, 금융·보험·정보통신·사업서비스 분야 대기업의 85퍼센트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기업만이 아니라 신생 기업 역시 서울의 특정 지역으로 몰립니다. 한 예로, 스타트업 기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집중된 강남, 서초, 마포, 성동 네 곳에는 수도권 전체 스타트업의 58퍼센트가 밀집해 있습니다.[1]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은 다른 곳과의 경험 격차와 건강 격차도 늘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서울은 전국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곳이죠. 2020년 기준 서울에서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84.8년으로 전국 최고입니다. 반면 충북과 경북은 82.6년, 같은 조건이라도 서울보다 2.2년이나 짧습니다.[2]


서울 근처에서 비슷한 수준의 승자독식을 누리고 있는 도시가 바로 판교입니다. 판교는 사실상 서울 밖 유일한 슈퍼스타 도시입니다. 특히 정보통신, 생명과학, 게임·콘텐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게임산업만 봐도, 국내 10대 게임사 중 6곳인 넥슨코리아,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NHN,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가 분당을 포함한 판교 일대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판교의 심장, 판교 테크노밸리(PTV)의 힘은 더욱 놀랍습니다. 2023년 기준 근로자 수만 7만 8,700여 명, 입주 기업의 연간 매출액은 168조 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국가산업단지 평균 생산액의 19배에 해당합니다. 기업과 자본이 선택하는 도시는 크게 성장합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 도시에 투자와 기업이 집중되는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의 절반이 10개 도시에 몰려 있고, 데카콘과 헥토콘 같은 초대형 기업들도 슈퍼스타 시티에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이 인구 비중을 훨씬 뛰어넘는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도시 간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건강과 삶의 질까지 좌우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양극화 혹은 일극화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균형발전 정책과 함께 각 지역이 고유한 경쟁력을 찾아 특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개인과 기업은 이러한 지리적 집중이 가져오는 기회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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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권재연·남진, 「서울대도시권 스타트업 집적지의 유형별 입지 특성」. 『국토계획』 57(4), 2022, 63–81쪽.

[2] 통계청 시도별 간이생명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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