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탈출하는 사람들 (2)

샌프란시스코의 몰락

by 도시관측소

Written by 김세훈



이런 상황은 혁신의 메카로 불리던 캘리포니아,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 직격탄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심의 오피스 공실률은 50퍼센트를 넘어섰고, 2019년 5퍼센트였던 도시 전체 공실률도 2024년 2분기 기준 34.5퍼센트로 치솟았습니다. 세 채 중 한 채가 텅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뉴욕과 LA 같은 대도시의 다운타운에서도 공간이 비어 가고 있습니다.


방치된 공간이 늘어날수록 깨진 유리창처럼 지역 쇠퇴가 가속화되고 도시의 경쟁력도 함께 무너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의 용도와 입지 규제를 과감하게 풀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의 경우, 미드타운의 낡고 빈 오피스 건물 중 10퍼센트만 주거로 전환해도 1만 4,000가구의 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일자리 증발로 인한 인구 충격도 심상치 않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2019년 약 88만 명에서 2023년 7월 기준 80만 9,000명으로 줄었습니다. 4년 만에 10퍼센트 넘게 빠졌는데, 이는 코로나19 영향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큰 숫자입니다.


연쇄 반응이 시작됐습니다. 사람과 기업이 떠나니 소비가 줄고, 대형 상점과 호텔까지 문을 닫는 ‘폐점 도미노’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노드스트롬 유니온 스퀘어점과 홀푸드 같은 대표 매장이 사라졌고, 힐튼이나 파크55 같은 유명 호텔도 파산 위기에 놓이거나 매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역 내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는 해당 지역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전 세계 부동산 금융이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우리나라 자산운용사가 투자했던 부동산 펀드도 큰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신문 헤드라인이 이를 잘 보여 줍니다.


“해외 부동산 펀드 67%가 손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발생” (《조선비즈》 2024년 6월 17일)


“오피스 텅텅 비더니 1조 물렸다... 해외 부동산 펀드 바닥 모를 추락” (《머니투데이》2024년 8월 29일)

“네슬레 사옥이라서 믿었는데... OOO 스페인 부동산펀드, 내년도 배당 불투명” (《조선비즈》 2023년 10월 18일)


최근 몇 년간 해외 상업용 부동산 펀드는 이미 부실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내 대형 운용사들은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주식보다 안정적이고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꼽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은 이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최근 강한 상승 흐름을 보여주었습니다. 채권 수익률도 4퍼센트대를 넘었죠. 이와 견줘보면 부동산 투자의 매력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자금 조달 비용도 문제입니다. 국내 운용사가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미국의 보험사나 은행, 상업용 부동산 담보증권(CMBS)을 통해 대출받아야 하는데, 이자율이 6~7퍼센트대에 달합니다. 수익률보다 더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며 투자를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입지 이전 결단을 내리는 데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단호해졌습니다. 전통적 혁신의 도시에 남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옮기고 있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오피스 점유율은 떨어졌고, 지갑을 열어야 할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도심부 저층 리테일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문을 닫습니다. 결국 건물 전체의 자산 가격이 뚝뚝 내려가면서, 그에 투자한 펀드도 줄줄이 손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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