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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Aug 20. 2020

독일 자르브뤼켄으로 교환학생을 가다.

 미지의 독일 도시로 가는길

독일 소도시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외국생활이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혼자 머나먼 외국에서 6개월간 살아갈걸 생각하니 뭔가 막막하기도 설레기도 했다. 목적지는 자르브뤼켄이란 도시. 독일어 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나조차도 처음 듣는 곳이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본 과 같은 네임드 도시의 대학교도 많았지만 독일 문화를 배우기엔 대도시보단 소도시가 더 낫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이곳을 선택했다.


게다가 아주 낙후된 시골도 아니고 나름 자를란트 주의 주도였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별 불편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를란트 주 자체가 독일에서 가장 작은 주 이긴 하지만. 프랑스 국경지대와 가까워 프랑스와 독일, 두 문화를 쉽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원어민 교수님의 말도 한몫했다.


"자르브뤼켄? 거기가 대체 어디야?" 같이 독일어를 전공하는 친구들의 말이 내 싱숭생숭한 마음에 불안감을 더해줬다. 교환학생 합격 이후 거기가 대체 어딘지 알아보려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그저 독일 남서부, 프랑스 국경지대의 한 도시라는 정보일 뿐. 그곳을 여행한 글도, 방문했다는 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독일의 한 주(State)의 주도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당황스러웠다. 뭔가 베일에 꽁꽁 싸인 미스터리 한 도시, 아직 여행의 민족 한국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도시 같았다. "혹시 내가 한국인 최초로 그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나의 모험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가 한국인 최초로 이 미스터리 한 도시를 꼭 인터넷에 남기겠다고.


독일로 가는 관문 두바이


교환학생 추천서를 써준 원어민 교수님께 마지막 카톡을 남기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서 공부보단 여행하며 놀고 오라는 교수님의 답장에 마음이 편해졌다. 비행시간은 약 17시간, 인천에서 아랍의 두바이까지 10시간을 간 후 6시간 스탑오버, 그 후 환승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7시간을 비행해야 하는 긴 여행이다. 자르브뤼켄까지는 직항이 없어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2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가야 된다. 이 긴 여행 일정을 소화하려면 비행기에서 잠을 좀 자야 할 텐데. 설레는 마음에 비행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을 다 받아먹고 나니 어느새 두바이에 도착했다. 현지 시간은 새벽 5시. 좀 이른 시간이지만 내게 이 도시에서 주어진 시간은 6시간뿐이기에 서둘러 공항 지하철역으로 나왔다. 두바이는 2년 전 따로 여행을 해본 적이 있기에 도시 여행보다는 두바이몰에 가서 쇼핑몰 구경과 바로 앞에 부르즈 칼리파만 보기로 했다.


현대 최고층 건물 부르즈칼리파, 밑에 1층이 두바이몰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느낌은 "덥다"이다. 여긴 정말 언제 와도 덥다. 최고온도 50도의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라 그런지 꼭두새벽부터 작열하는 태양과 특유의 아스팔트 익는 냄새. 처음 두바이 공기를 맞으면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듯한 텁텁한 냄새를 맡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지하철 통로에 에어컨이 설치돼있다는 거다. 역시 부자의 나라! 덕분에 시원하게 공항에서 두바이몰까지 갔다 올 수 있다. 그래, 돈은 이렇게 쓰는 거지!


공항으로 오자마자 이제 본격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7시간만 있으면 독일이다. 지난 3년간 독일어를 배웠지만 한 번도 오지 못한 곳, 학교생활 내내 상상으로만 그려졌던 곳이 지금 내 눈앞에 와있다.


그저 상상만 했던 나라에 도착하다.


 독일 공항에 처음 내린 느낌은 "투박하다"이다. 원래 국제공항은 그 나라의 이미지를 본떠 만들어진다는데. 인천공항처럼 깔끔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느낌. 겉모습보단 실속성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독일인들의 이미지가 공항에 투영된 거 같았다.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입국 수속을 마치고 한국에서 미리 잡아둔 호텔을 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장장 하루 만에 독일에 도착했더니 너무 피곤했다. 피곤에 찌들어 무거운 짐들을 끌고 중앙역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빨리 호텔에 갈 생각에 신호를 대기하던 중 우연히 뒤돌아봤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진에서만 보던 유럽풍의 웅장한 건물이 특유의 어두운 오렌지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와 정말 내가 독일에 왔구나." 새삼 내가 독일에 온 게 실감이 낫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건물들이 몇 년이나 됐을까? 호텔 앞에 건물들을 보며 생각했다. 한 3백 년? 4백 년? 유럽은 옛 건물 들을 버리지 않고 계속 쓴다던데. 상상이 가지 않았다. 처음 호텔에 들어온 느낌도 아날로그적이었다. 카드키 대신 무거운 열쇠뭉치, 직접 문을 열어야 하는 엘리베이터, 뭔가 영화에서 보던 4,50년대로 돌아간 거 같았다. 첫 독일이라 바깥구경을 더 하고 싶지만 피곤에 찌들었으니 아쉬운 마음을 접고 그냥 잠을 자기로 했다.


독일에서 맞이한 첫 아침


바깥에서 들리는 트램 소리에 아침 일찍 잠을 깼다. 창문 너머로 달리는 트램들과 이국적인 건물들이 내가 독일에 온 게 꿈이 아니란 걸 다시 확인시켜줬다. 저 트램들 또한 백 년이 넘었겠지? 짧은 독일에서의 첫 아침을 느끼고 어서 씻고 호텔을 나오기로 했다. 내 목적지는 여기가 아니라 자르브뤼켄이니까,  우선 기숙사에 가서 이 짐들을 정리한 후 여기는 후에 다시 여행을 오기로 했다.


드디어 목적지 자르브뤼켄으로!


호텔을 빠져나와 파리행 고속열차를 탔다. 왜 파리냐고? 바로 자르브뤼켄이 독일에서 파리로 가는 관문 도시이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2시간쯤 걸린다니까. 혹시 놓칠세라 계속 시간과 기내 방송, 구글맵을 확인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사 내


드디어 자르브뤼켄에 도착했다. 중앙역을 빠져나오니 시원한 공기와 한적함이 느껴졌다. "생각했던 것보단 시골은 아닌데?". 중앙역 앞에 보이는 버스와 트램, 백화점들이 "우리도 나름 주도라고!" 라며 뿜내고 있는 거 같았다.


한적해 보이는 자르브뤼켄 중앙역 앞


"맥도널드도 있네,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 중앙역 앞에 보이는 맥도널드 간판에 안도했다. 원래 외국 여행 시 음식이 안 맞으면 맥도널드를 가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저 맥도널드는 내 최후의 보험이야". 오기 전 걱정했던 도시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개인 방을 배정받았다. 독일어 실력을 늘리려면 룸메이트가 있으면 좋을 텐데. 기숙사 관리자께서 여긴 개인방밖에 없다고 하신다. 역시 유럽은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건가.


텅빈 기숙사에 도착했다


아직 짐이 채워지지 않아 어딘가 황량한 모습의 이 방을 내가 6개월간 생활하면서 예쁘게 채울 예정이다. 그리고 이 방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날만큼 채워지면 난 다시 여기를 떠나야겠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돌아갈 생각을 하니 슬퍼졌다. 마지막 돌아갈 날에 아쉽지만 후회는 하지 않게, 독일 생활을 즐길 것을 혼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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