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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Oct 11. 2020

여행은 때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시계방향으로 동유럽 훑기 여덟, 아홉 번째 도시, 우디네, 필라흐


여행은 때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날 비웃는듯한 필라흐의 동상


망했다. 트리에스테에서 마지막 여행을 즐기고 바로 자르브뤼켄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했으나 기차역에 온 순간 망해버렸음을 직감했다. 원래는 트리에스테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간 후 바로 자르브뤼켄행 열차를 타려고 했다. 근데 이게 웬걸. 하필 휴일과 이탈리아 기차 파업의 여파로 스위스 지역으로 가는 열차가 단 한 대도 없었다. 드높은 알프스 산맥을 넘어 독일로 넘어가야 되는데 이제 남은길은 오스트리아 지역을 거쳐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 루트로 돌아가면 하루 사이에 자르브뤼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결국 하룻밤 호텔비가 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르브뤼켄 까지 한 번에 가기는 글렀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열차가 없다는 것을. 우선 언어가 통하는 독일어권 국가이자 얼마 전 누나랑 같이 갔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잘츠부르크 까지만 가면 내가 아는 길이기 때문에 다음날 바로 뮌헨을 거쳐 자르브뤼켄행 기차를 탈 수 있을 거다. 잘츠부르크 까지는 환승을 2번을 해야겠지만 이 하룻밤 더 자고 가기로 한 거 시간도 널널하니 환승 도시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기로 했다.


아드리아해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고 우선 열차에 올라탔다. 첫 번째 환승 도시는 이탈리아의 우디네(Udine)라는 도시다. 트리에스테에서 우디네로 향하는 열차는 바닷가를 끼고 운행이 돼 마지막으로 바닷가를 보며 떠날 수 있었다. 우디네에서 환승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지만 그래도 어떤 도시인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검색해봤다. 검색해보니 우디네는 극동영화제로 유명한가 보다. 영화배우 정우성도 왔다간 곳으로 많은 검색 결과가 떴다. 영화 박물관까지 갈 시간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트리에스테에 있는 동안 이탈리아의 젤라토와 피자를 먹어보지 못했다. 우디네에 가면 젤라토랑 피자만 먹으면 환승시간에 딱 맞출 수 있겠다.


트리에스테를 떠나며


이탈리아 우디네(Udine)

 

우디네는 베네치아 공국 시절 영주들이 살던 곳이라고 한다. 또한 5세기경 훈족의 아틸라가 로마를 공격하기 위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드리아해와 알프스 사이에 있어 교통의 중심지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건들은 역시 여타 유럽 건물들과 다름이 없다. 특별한 점은 알프스 산맥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굉장히 맑다는 거. "공기가 맑다"라는 표현은 바로 여기 우디네를 위한 표현인 거 같다.


맛이 쫀득쫀듯한 젤라토


아침에 트리에스테에서 오렌지주스랑 크루아상밖에 못 먹고 왔기 때문에 역에서 나오자마자 젤라토 가게부터 찾았다. 겨울이어서 팔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운이 좋게도 중앙역 바로 앞에 젤라토 전문 가게가 있다.  쫀듯쫀듯한 이탈리아 원조 아이스크림! 가격도 한 컵에 1.5유로로 딱 먹기 적당했다.


이탈리아 젤라토&피자


젤라토를 사들고 바로 옆에 조각 피자 가게로 들어갔다. 한판을 다 시키고 싶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 일단 페페로니랑 버섯피자 한 조각씩만 주문했다. 피자도 나라마다 특징이 다 다른 것을 아시는가. 미국 피자는 굉장히 짜고 얇은 반면 한국 피자는 적당한 두께에 토핑이 많이 얹어져 있고 빵 테두리 안에는 고구마를 뿌리든 치즈를 넣든 뭔가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반면 이 피자는 내가 먹었던 피자 중 가장 두꺼웠다. 이게 두꺼워서 일반 빵을 먹듯 퍽퍽한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로. 맛은 페페로니랑 버섯 둘 다 의외로 담백한 편! 특징은 토마토와 바질향이 굉장히 진하다.


 

강물이 청록색이다


피자를 먹었더니 환승시간이 다되어 다시 열차를 타러 갔다. 이번 환승 도시는 오스트리아의 필라흐(Villach). 잘츠부르크로 가는 2번째 환승지이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갈수록 이제 도시는 안 보이고 산과 강 밖에 보이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알프스 근처로 가면 물 색깔이 청록색으로 변한다. 알프스만의 특유한 토양 때문인지 아니면 만년설에서 녹아내려오는 빙하 때문인지. 어릴 때 미술 시간에 강물은 꼭 파란색으로 그리곤 했는데. 현실과 다른 느낌이다.


알프스의 자연


오스트리아 필라흐(Villach)


페스티벌의 도시 필라흐


오스트리아 필라흐에 도착했다! 알프스 중턱에 지어진 도시라 맑은 하늘과 공기가 2시간 동안 기차 속에서 찌부러져 있던 내 몸을 깨워줬다. 내 마음을 안정시키는 저 독일스러운 건물들! 이제야 독일어권에 들어온 게 실감이 났다. 필라흐(Villach)는 오스트리아의 관광도시다. 연중 내내 다양한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도심 안으로 들어가자 장난감 같은 기차가 트램 대신 운행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은 겨울 휴양을 알프스에 스키를 타러 오는데 도심지인 여기 필라흐에 숙소를 잡고 열차를 타고 스키장으로 간다고 한다.



알프스의 만년설


알프스의 도시답게 온 사방에서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산을 볼 수 있다. 내가 스키를 탈 줄 알았더라면 알프스에서 스키도 타봤을 텐데... 아쉽지만 난 태어나서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스키를 처음 배우는데만 한참 걸린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밑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만년설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필라흐 구시가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독일어권 3 국가(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건들의 차이점을 아시는가? 우선 독일은 건물 색이 갈색이나 주황색 등 나무색으로 조금 어두운 분위기다. 반면 오스트리아 건들은 밝은 단색들이 많다. 스위스의 경우 최첨단 과학 국가이자 알프스 국가라 건물이 극명하게 갈린다. 통나무로 지은듯한 오두막이거나 웅장한 현대식 건물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스트리아 같이 밝은 단색의 독일풍의 건물이 좋다. 물론 더럽게 때끼는 걸 방지하려면 좀 많이 신경 써야 되겠지만 말이다.


    

필라흐 구도심 성당


이제 진짜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다시 중앙역으로 걸어갔다. 아쉽지만 환승시간이 긴 덕분에 필라흐에선 구도심을 한참 구경한 것에 만족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또 올 수 있겠지. 다음번엔 꼭 한국에서 스키 타는 법을 배우고 오리라!


필라흐 카페에서 보는 전경


잘츠부르크로!



알프스 산 위로 쌓인 눈


알프스로 넘어 갈수록 날이 흐려지고 눈이 내렸다. 인터넷 검색할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다. 다행인 건 잘츠부르크는 한번 와봤던 곳이기에 핸드폰 도움 없이 호텔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거. 잘츠부르크에 가면 정말 맛있는 한식집이 있다. 우리나라 황희찬 선수도 자주 애용한다는 곳. 어서 잘츠부르크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따뜻한 한식이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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