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고 살았니? : 2020 상반기 결산

2020년 상반기 결산

by Doxigner


2020년 7월 31일. 상반기가 끝나고, 학교도 종강을 했다. 달력을 보니 나름대로 바쁘게 산 것 같다. 나는 무엇을 하던 바쁘게 살 것 같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책상 위에는 2020년 1월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적혀있었고, 그 5가지의 일들을 1년의 반이 지난 지금 처리하고 있다. 상반기에 나는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다시 되짚어본다.



1월 (Developing Room의 발견)

드디어 20살이 되었다. 태후와 자주 만나며 술도 마시고, 예대 입시도 따라가서 응원했다. 새벽에 PC방 알바를 하는 민우를 보러 송도까지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첫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게 일상이었고, 명보와 영화도 많이 보러 다니며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일상에서 벗어나 친한 동기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소중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나의 아지트, 연수동 디벨로핑 룸(Developing Room)을 처음 발견했다. 평범한 일상에 소금 같은 존재랄까. 처음 발견한 이 카페는 연수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의 장소였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어떤 장소일까 궁금했지만, 이제야 처음 들어와 보니 나의 취향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분위기와 장소가 주는 안정감이 남달랐다. 앞으로의 날들은 이 장소와 사람들과 함께였으면 좋겠다.



2월 (프로덕션 직장을 다니다)

영상 프로덕션에서 본격적으로 사무실 이사 후,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도와달라고 불러주셔서 좋은 조건으로 근무를 하게 됐다. 그래서 2월 한 달간은 직장인으로 합정으로 출퇴근을 하며 살았다. 이번 출퇴근은 드라마 ‘마마’와 함께했다. 중학생 시절 감성에 젖어서 보던 그 드라마를 커서 다시 보니 더욱 감동이었다. 누군가는 단순한 클리셰 투성이 주말드라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소중했다. 그렇게 회사를 가지 않는 날이거나, 새벽에 퇴근하는 날에는 디벨로핑 룸에 명보를 불러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다 영화도 보고, 봉재산 산책도 하고, 키즈카페 알바까지. 힘들었지만, 채혁이도, 성우도 다시 만나면서 그만큼 위로가 되는 일들도 많았던 한 달이었다.



3월 (코로나 덕분에 생긴 여유)

원래 계획대로라면, 개강을 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인데, 개강일자가 3월 말로 변경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야호)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기간이 생겨서 아쉬우면서도 다행이었다. 이제 디벨로핑 룸은 하나의 일상이 되어갔다. 드디어 입시가 끝난 동혁이와의 첫 술을 시작으로 송훈이 와도 첫 술. 이렇듯 서서히 못 봤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코로나가 고마웠다. 그렇게 매일같이 디벨로핑 룸, 술, 산책, 봄을 즐기며 살았고 동시에 외주도 하면서 지냈다. 이 평화로운 일상에 함께했던 드라마는 ‘열여덟의 순간’이었다. 아이돌이 연기를 한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았던 드라마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물을 흘리면서 끝까지 정주행을 하게 됐다. 영상의 색감과 연출 촬영 음향 등 하나하나가 나를 불과 3년 4년 전으로 보내주는 것만 같았다.



4월 (Developing Room과 휴식)

바쁘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했던 한 달이었다. 외주작업을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따스한 햇살에 산책하며 벚꽃도 보고, 파란 하늘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언제나 그랬듯 일상이 되어버린 디벨로핑 룸과 크라운 호프. 자주 만나는 송훈이, 산책하자 부르는 채혁이, 디벨로핑 룸을 찾아오는 동혁이와 명보, 갑자기 산에 가자는 승우, 일몰 보러 돌아다니는 자전거팸과 킥보드팸들. 그 자체로 평화로웠다. 코로나가 준 선물 같았다. 따뜻한 햇살이 내비치는 디벨로핑 룸에서의 일상은 그 자체로 평화로웠다.



5월 (사람과 집단에 대한 기대)

온라인 개강을 하고, 외주와 학교 일정이 겹치는 부분이 생겨나면서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대면 강의를 수강하러 나가면서 심리적인 스트레스들이 하나둘씩 쌓여만 갔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그 도피처가 어쩌다 보니 송훈이가 되어있었다. 자주 만나며 술 먹고, 얘기를 하다 보니 버틸 수 있었다. 그래도 학교 무대 영상 수업에서는 하고 싶었던 작품들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즐겁게 제작을 했던 것 같다. '감사의 달'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감사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사람들에게 쉽게 실망하고 절망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내린 정의 하에 사람들을 가둬 생각하고 있었고 그게 쓸데없는 기대로 이어졌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의 스트레스들은 내가 만든 프레임 안에서 생성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바빠지면 아무 생각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달렸다. 점점 달력은 빨간색으로 채워지고, 평화롭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6월 (빠른 시간 속에 휴식)

밤을 새우는 건 다시금 일상이 되었다. 그런 일상을 살고 있던 중에, 송훈이가 중간고사를 본다며 부산에 내려간다고 해서 할 일이 많은 상태로 따라서 내려갔다. 그렇게 그리웠던 종훈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올라오고는 친구들과 동네 산책하는 게 주 일과였다. 물론 바쁜 일들이 끝났다는 전제 하에.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들이었다.






7월 (군대 전 마지막 학교 생활)

그렇게 외주가 다 끝나고 정신 차려보니 학교 기말 작품 제출일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생각해보면 뭔가 굉장히 많은 것을 한 한 달이었다. 이주 누나 연출의 리턴테이블, 디벨로핑 룸 맵핑 작품, 프리비주얼 등... 리턴테이블은 예대 생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을 함께 제작하는 구성원들이 더 애착이 갔다. 아마 이제는 다시 함께할 일이 거의 없을 텐데 늦게 친해져서 아쉬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씩 바쁜 일상들이 끝나갔고 어느덧 종강이 다가왔다. 여유가 생기다 보니 아름다운 풍경들이 나를 반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동시에 다가온 소중한 사람들의 입대일들. 요즘에는 휴가도 있고 소통도 가능하다 보니 크게 걱정은 없었지만, 채혁이가 군대를 간다는 것은 나에게 조금 치명적이었다. 도피처가 사라지는 기분. 자기 군대 가면 이제 성우가 자기 역할을 해준다며, 성우를 붙잡으라던 얘기를 남기고 떠났다. 그렇게 7월이 끝났다. 역시 송훈이와 동혁이 그리고 술과 함께 7월을 마무리했다.




언젠가부터 손으로 일기를 쓰지 않게 됐다. 아마 4월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좋은 신호와 다름없다. 나에게 있어 시간을 들여 그날의 기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울하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2020년의 상반기는 송훈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송훈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제 고대하던 휴학도 했고 앞으로의 하반기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2020년의 절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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