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적인 것만 남기는 삶
요즘 구독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는 ‘essential;’이다. ‘essential;’의 영상은 벅스 뮤직 pd들이 정리해둔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해 만든 영상이다. 영상은 음악과 적절히 어울리는 사진만 존재하고 1시간 가깝게 음악이 재생된다. ‘essential;’의 채널을 구독하는 이유는 선곡해둔 음악이 좋기 때문이다. 특별한 음악 취향이 없는 나이지만, 책을 읽거나 일을 할 때는 음악이 꼭 필요하다. 어떤 음악이 좋을지 일일이 들어보지 않아도 좋아할 음악을 알아서 선곡해주는 채널 ‘essential;’ 은 이름 그대로 내 삶에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7평 남짓한 내 조그마한 자취방에는 베란다가 있다. 베란다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모든 잡동사니들을 쌓아두었다. 어떠한 물건이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판단은 뒤로 하고 일단 쌓아두었다. 본래 베란다의 의도는 빨래 건조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발 디딜 틈도 없이 잡동사니들로 잔뜩 쌓아두었다. 잡동사니의 대부분은 계절 지난 옷들이었다. 방이 워낙 작다 보니 모든 계절의 옷을 걸어 둘 수 없었고, 평소 안 입는 옷도 버리지 못하고 늘 쌓아두고 가지고 있었다. 옷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언젠가 입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 둘째로 옷에는 추억이 남겨져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런 두 마음이 합쳐져 10년이 지난 옷들로 쌓아두고 가지고 있었다.
지난달, 베란다에 물이 고여 있는 걸 발견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물이 잔뜩 고여 있어 발견할 때마다 닦기만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발견한.. 물이 고여있는 이유는 세탁기 배수구의 문제였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동안 베란다에 있던 모든 옷들은 지속적으로 물에 젖었다. 세탁기 배수구를 수리하기 위해 베란다를 정리해야 했다. 젖은 옷들과 기타 잡동사니들을 전부 다 꺼냈다. 젖은 옷들은 점차 옷이 상하는 단계로 가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젖은 옷들 대부분은 평소 입지 않는 옷들이었다. 젖은 옷들을 버리고 처음으로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계절에 입을 만한 옷과 추억 속에만 간직할 옷들을 말이다.
옷 정리가 끝나고 이제 베란다에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대대적으로 옷을 버리고 난 뒤 한 가지 깨달음은 과거의 물건을 정리한다고 해서 현재의 나가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방이 아닌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놓아 현재의 나는 보다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생활에 필수적인 것만 남겨두는 것. 현재의 나에게 보다 집중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