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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01. 2020

대화가 필요해

엄마와 

연휴를 맞아 본가에서 가족과 저녁식사를 했다. 엄마와 아빠는 오랜만에 마주한 딸의 근황을 궁금해하셨다. 매일 저녁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부모님이다. 그런데도 얼굴을 마주 보고 나의 입을 통해 답변을 듣고 싶어셨나 보다. 저녁은 어떻게 해 먹는지, 이사 간 집은 살만한지, 청소는 잘하는지, 주말에는 무엇을 하는지, 퇴근 후 저녁에는 어떻게 쉬는지. 함께 저녁을 먹는 내내 질문은 끊임이 없었다.  

  주말에 친구 만나러 서울에 다녀왔어. 대학교 때 친했던 00이 취직해서 올라왔더라고, 오랜만에 만나서 저녁 먹었어

  지난 4주 동안 재택근무라 집에 일했어. 집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아.

  저번 주에 재봉틀을 하나 샀어. 집에서 만들어보려고. 요즘 파우치 만드는 중이야.

하지만 엄마, 아빠는 나의 일상 속에서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오고 갔는지 알지 못한다. 잘 지내는지, 아프지는 않았는지라는 질문 속에 담기에는 벅찬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어제는 엄마와 나 단둘이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갔다. 송편과 전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사야 했다. 늘 나의 모든 삶이 궁금하지만 다 물어보지 못하는 엄마였다. 당신의 딸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었다. 난 오랜만에 엄마가 궁금해했던 회사 생활 이야기를 했다. 엄마의 질문 속에 담지 못할 벅찬 답변을 해보았다. 회사 생활의 어려움을, 월급은 참으로 반갑지만 가끔은 일의 압박에 숨이 막혀온다는 이야기.

  그랬구나, 그렇게 힘든 일이 있었구나.

일의 고단함을 마음을 다해 들어주는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나 때는 말이야, 나 일할 때는 일하고 살림하느라 더 힘들었어 등의 말로 나의 고단함을 낮추지 않는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나는 또 고단함을 느낄 것이다.

그럼 잘 모아서 엄마한테 얘기해줘야지.

나의 고단함을 온 맘 다해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나는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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