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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04. 2020

부끄러운 마음

나의 외국인 친구

나에게는 유일한 외국인 친구, ‘왕’이 있다. ‘왕’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중국인이다.


그녀와 나는 대학원에서 만났다. 같은 지도 교수님 밑에서 공부하며 함께 실험실 생활을 했다. 당시 실험실에는 남학생이 6명이고 여학생은 ‘왕’과 나 총 2명뿐이었다. 여학생이 2명밖에 없었으니 친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비록 언어의 제약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한국말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왕’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는 거의 할 줄 모르고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었다. 그녀는 중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어와 영어까지 능통했다. 한국어를 배운건 대학교 때부터라고 했지만 우리와 충분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한국어로 대화했다.


‘왕’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중국인은 모두 기본적으로 목소리 톤이 높고 많은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왕’은 어느 누구보다 조용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중국을 떠나 한국에 적응하고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그녀의 성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오랜만에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다. 그녀는 추석을 맞아 안부 연락 차 메일을 보내왔다.

How have you been these days? I hope everything is going welll.
I want to say thank you for your help when I was in Korea.

그녀는 나에게 메일을 보낼 때마다 한국에서 있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아서 고맙다고 말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종종 그녀를 생각한다. 나는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녀가 타국에서 홀로 독립생활했을 때 느꼈을 외로움과 어려움을 말이다. 그래서 가끔 고맙다는 메일을 받을 때면 부끄러워진다. 과연 그녀가 감사함을 느낄 정도로 충분한 도움이 되었는가 싶은 부끄러움 말이다.

그녀의 감사에 부끄럽지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보다 친절하고 다정할 것을 다짐한다.

그녀가 참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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