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학생 때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급’을 받았지만, 직장인의 신분으로 ‘월급’을 받는 다른 의미였다. 직장인이 되고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던 때를 기억한다. 아르바이트할 때는 몇 달을 모아야 할 정도의 돈이 한꺼번에 입금이 되었다. 감탄도 잠시, 다음날부터 나는 그 돈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내가 벌었노라, 내가 해냈노라 자랑하듯 한턱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 월급은 다음 월급을 받기 전에 탕진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당시의 소비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충분히 할만했고, 그 과정에서 난 충분히 행복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다. 잘 사용하던 핸드폰의 액정이 나가 화면의 일부가 보이지 않았다. 1년 정도 사용했던 핸드폰이었다. 2년 약정을 걸어놨는데, 벌써 고장이 나다니.. 하지만 이내 취직도 했으니 가장 좋은 핸드폰으로 바꿔야겠다 싶었다. 고장을 확인한 그날 나는 바로 집 근처 핸드폰 가게로 갔다. 당시 가장 최신으로 나온 핸드폰을 구매했다. 카메라 화질도 가장 좋고 크고 좋은 핸드폰이라 말하던 핸드폰 가게 직원의 말을 믿고 말이다. 사실 나는 핸드폰 라이트 유저다. 전화나 카톡, 가끔의 영상 시청이나 검색이 전부다. 게임을 하거나 사진, sns 등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 핸드폰 사용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 나에게 성능 좋고 비싼 핸드폰은 무소용이었다. 가끔 핸드폰을 보면서 왜 이렇게 비싸고 무거운 핸드폰을 샀나 싶은 후회를 하곤 한다.
직장인으로 일한 시간이 꽤 흐르면서 나는 꽤 돈을 모으게 되었다.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보면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물욕이 차오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핸드폰을 바라본다. 우리 집에 제2의 핸드폰은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날을 떠올리며 말이다. 돈이야 말로 ‘나’에 대해 알아야만 잘 쓸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떻게 돈을 써서 행복감을 채우느냐는 자기 이해도를 바탕으로 소비에 비롯된다.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