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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10. 2020

잠재력

달리기

나는 타고난 체력이 좋지 않다. 특히 심폐지구력이 좋지 않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심장 판막이 충분히 닫히지 않는다는 진단받았다. 나의 심장 판막에 문제 있다는 것은 중학생 때 처음 알았다. 의사는 심장 판막 이상은 흔한 질병이라면서 특별한 관리를 요하지 않으나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원효대사 해골물이라 했던가.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무리가 되는 행동은 삼가했다. 특히 학창 시절 체력장을 위해 오래 달리기나 빨리 달리기를 했었는데, 나는 일부러 천천히 달리며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나의 심폐지구력은 좋아진 적이 없다.


나는 마라톤에 출전 해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 되었다. 내가 심폐지구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지만, 나에게 주는 미션이랄까. 나는 언제나 내가 부족한 것을 귀신같이 알고 그에 맞춰 꿈을 세우는 버릇이 있다. 5km 마라톤이라도 출전하고 싶은데 문제는 나는 5km는 커녕 1km를 달리지도 못했다. 달릴 때마다 5분도 되지 않아서 호흡이 부족해지고 심장이 아파오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아픔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달리기를 멈추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가짜 사나이 2>를 즐겨본다. 에피소드 중 부족한 체력을 보이는 교육생에게 던진 교관의 말이 나의 뇌리를 스쳤다.

   죽어. 계속해. 원래 힘든 상태에서 계속하는 거야.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 나는 무서웠다. 뒤이어 의사가 ‘특별한 관리를 요하지 않으나 주의해야 한다 중 주의해야 한다에만 집중되었다. 무리하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나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나 스스로 교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달리면서 ‘안 죽어. 계속해’를 되뇌면서 말이다. 달리면서 처음으로 1km를 돌파했다. 놀랍게도 나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차고 다리는 아팠지만 계속 뛸만했다.


내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나는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의 가능성을 재단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더 달려본다.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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