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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Oct 11. 2020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대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a가 있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새터 (새로 배움 터)였다. ‘새터’는 신입생들의 대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처음 만난 동기들은 다들 20살이 되어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어 내 눈에는 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중 친구 a는 안경을 끼고 조용해 보였다. 왠지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튀고 싶지 않은 성향 말이다. 비슷함에 끌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 a와 도서관에서 공부도 같이하고 수업도 거의 비슷하게 수강했다. 그리고 대학교 3학년 방학 때는 한 달 동안 친구 a와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친구 a는 유럽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고, 나는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완전 자유여행 말이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 둘이서 여행을 다녀왔다.


“나, 암 이래..”

병원에 다녀온 친구 a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친구 a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요식업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서 보건증을 발급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문제없이 보건증을 발급받았지만 친구는 발급 거절을 받고 담당 의사로부터 큰 병원을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도 나도 큰 문제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보건소를 나왔다. 그로부터 몇 일뒤, 그녀는 악성림프종, 즉 혈액암 3기를 진단받았다. 무던한 성격의 그녀답게 나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도 괜찮아~ 라며 나를 다독였다.


그녀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을 때 병문안을 갔었다. 항암치료 때문에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던 그녀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젊고 건강하던 친구가 1년 만에 쇠약해지고 아플 수 있다니. 다행히 그녀는 현재 암으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그녀를 보며 깨달았다. 나 또한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그것이 ‘암’이든 ‘죽음’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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