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감대
18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의 끝이 아쉬울 때면 책을 들고 카페에 간다. 집보다 카페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카페에서 풍기는 적당히 소란스러움과 따스한 온도가 유지될 때 책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카페에서 주로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한다. 커피의 향과 맛을 좋아하지만 카페인에 취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어느 카페나 디카페인 커피가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에 가능한 몇 군데의 카페를 알아 놓았다.
커피에 취약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다. 커피의 맛을 알게 된 것도 불과 몇 년 전이다. 20대 초반, 친구들이 늘 마시는 까맣고 씁쓸한 아메리카노를 이해하지 못했다. 점심 먹고 다들 한잔씩 하는 아메리카노를 나도 한번 먹어볼까 하고 마시다 커피 맛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커피를 마시고 난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원래 수면에 들기까지 1시간 이상의 뒤척임이 필요한 나라 그날따라 잠이 잘 안 온다고 생각했었다. 그 후 커피를 마신 날과 마시지 않은 날의 차이를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잠에 들지 못해 피곤한 날도 오래 지속되었다.
최근 친구와 함께 근처 스타벅스에 갔을 때였다. 나는 당연히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고, 친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디카페인으로 하려면 커피를 왜 마셔? 카페인 때문에 커피 마시는 거 아니야?
커피에 얽힌 나의 사정을 설명하기에 우리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디카페인 커피 좋아해라는 말로 넘겼다.
오래전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음식 취향을 물어봤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대신 먹지 못하는 음식을 소개했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는 그였다. 그는 본인이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을 설명했다. 가족들과 여행 간 어느 날, 조개구이를 먹고 돌아간 숙소에서 잠을 자다 편도가 심하게 부어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그. 그 날부터 갑각류를 전혀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에게 나의 디카페인 커피 취향을 소개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데 커피를 마시는 저녁이면 잠을 아예 자지 못한다고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를 좋아한다고
그 날 그와 나는 서로의 취향이 아닌 서로 먹지 못하는 음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때론, 내 취향이 아니라 나의 아쉬운 부분을 고백했을 때 상대에게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