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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로 Sep 21. 2020

번뇌

업의 번뇌에서 탈출하는 방법

번뇌 (煩惱) : 마음이 시달려서 괴로워함. 또는 그런 괴로움. 마음이나 몸을 괴롭히는 노여움이나 욕망 따위의 망념.


최근 들어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추석 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검토 요청을 해야 한다. 문제는 보고서를 쓰기 위한 실험의 마무리가 되지 보충 실험이 필요하다.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는 와중에 보충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을 진행하다 보면 분석 기기들에 문제가 발생한다. 

 Error..

 Error..

 시간이 없는데..

기기 제조사에 연락해 수리 요청을 한다. 실험은 잠시 멈춤. 실험실에서 벗어나 오피스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메일함을 열어본다. 오늘 퇴근 전까지 프로젝트 진척도를 파악해 회신 달라는 상사의 메일이다. 회신 메일을 보내고 시계를 보니 16 30, 뒷목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일하는 스타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중 나는  긴장하고 뻣뻣하게 일하는 스타일이라 편두통이나   통증을 달고 산다. 아직 일의 경험이 부족해 실수할까 봐 겁내기 때문이다.


입사 초기에는 이런 통증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다. 쉬면 괜찮겠지 싶어서 퇴근 후에 혹은 주말에는 거의 누워서 쉬었다. 문제는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머릿속은 업무로 가득 차 쉬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업무로 시달려서 괴로워하는 번뇌 상태였다. 퇴근 후 집에 있을 때는 업의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리를 했다. 직접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아질 거란 생각에서 시작했다. 요리는 음식을 만들어서 먹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해야 끝난다는 걸 몰랐다.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고 난장판이  주방을 보면서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TV 보거나 책을 보기도 했는데 두통은 크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가슴 한구석에 처박혀 있었다곤 해도 언제나 달음박질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마음으로부터,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켜켜이 쌓이고 굳어서 이제는 벗겨지지도 않는 근심으로부터 달음박질치고 싶었다. 어쩌면 그렇게  뇌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욕망이 어느 날 갑자기 달리고 싶은 충동으로 발현됐는지도 모른다. 기왕에 달릴 거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달리고 싶었던 걸까.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언제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번 달려볼까 라는 생각은  책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달리고 있지만 매우 느리며 오래 달리지도 못한다. 나의 목표는 기록 경신도 경쟁도 아니기 때문에 느려도 달리고 쉬기를 반복해도 괜찮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쯤이면 머릿속은 말끔해진다. 머릿속의 번뇌가 몸의 피로로 가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퇴근  마음껏 달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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