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토끼풀 밭을 한 번도 그냥 지나치신 적이 없었다. 꼭 허리 굽혀 네잎클로버를 찾으시거나, 그럴 시간이 없을 땐, 당신 어렸을 적에 그리하는 걸 좋아했노라며 꼭 얘기하고 지나가셨다.
솔직히 좀 싫었다. 네잎클로버의 전설 따위 믿지도 않았을뿐더러, 똑같은 레퍼토리를 수없이 들어 지겨웠던 탓이다. 산책이나 여행을 나와 경치 좋은 먼 곳을 보지 않고 발 밑만 살피는 당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함께 걷다 먼발치 토끼풀 밭 같은 게 보일라치면, 또 같은 얘기를 하실까 지레 기겁을 하고 시선을 돌리게 만든 적도 있다.
그러나 고백컨데 내가 '지겹다' 표현한 그 반감이 본래는 다른 감정이었던 것을, 사실은 알고 있다. 나는 그냥,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나는 원래 무엇을 좋아한다'하시는 그 순간의 낯선 엄마가 싫었다. 엄마는 그냥 내 엄마로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그만큼 지배적이었다. 당신이 원래 어떤 분이셨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건 안중에 없었다.
'애들은 원래 엄마가 딴짓하는 걸 그냥 못 본다'라고 누가 그러던데, 생각해보니 나도 그러고 자랐구나.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엄마도 엄마일이 있다'며 매번 읍소하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 엄마를 이해해 주지 못함을 살짝 원망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으니, 이것 참 어리석기 짝이 없다. 나도 마흔 넘어 깨달은 것을, 이제 겨우 열한 살짜리에게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봄이 되면서 새벽 한강 산책을 다시 시작했는데, 자주 나가는 서래섬 주변이 온통 토끼풀 밭이다. 우리 엄마 모셔왔으면 한 번에 다섯 발짝 걷기도 힘들었겠다 매번 생각한다. 괜한 먹먹함에 숨이 더 차게 되니, 웬만하면 발 밑은 보지 않는 편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