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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Mar 18. 2016

[포토에세이]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당신에게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당신에게>   


소장님! 아니, 박 작가님! 요즘 인세를 많이 받는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맛있는 것 좀 사 주세요. 책도 출판하시고 대단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책을 꼭 내고 싶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를 질문합니다. 원고는 언제 작성했는지, 처음부터 책을 낼 계획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 출판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책은 잘 팔리고 있는지 등등이 그것입니다.


출판 블로그와 SNS가 대중화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사색을 기꺼이 공개하고 어렵지 않게(혹은 매우 어렵게) 풀어쓴 글들을 제공합니다. 돈도 안 받고, 게다가 전문가 수준 이상이라 저는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주로 활동하는 SNS는 페이스북입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글이나 사진만 보더라도 온라인 신문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소식이 업데이트되고 의견이 공유됩니다. 때로는 날선 비판도 펼쳐집니다.


최근에는 SNS에 머물지 않고 게시글과 사진을 따로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저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 브런치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는 책을 낸다는 것이 이제는 특정 작가나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일 것입니다. 출판을 경험하기 전에는 책을 출판한 분들이 아주 멋있게 보였습니다. 책이 잘 팔리면 수익까지 생길 것이니 더욱 즐거운 일이겠구나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제가 두 권의 책을 출판(지원 출판이 아닌, 자비 출판)한 경험에 의하면 책이 주는 보람과 기쁨은 상당하지만 명성(!)과 수익은 현실과 매우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책을 내지 말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우선 비용면에서 간단히 설명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쇄 1,000부를 인쇄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교정 편집과 인쇄, 인건비 등 거의 천만 원 가까운 출판 비용이 들어갑니다.


종이의 질, 색상, 크기, 디자인 등 출판 비용을 결정하는 여러 변수의 이야기는 잠시 제외하기로 하겠습니다. 책의 정가를 권당 20,000원이라고 결정했다고 합시다. 1쇄 1,000부가 남김없이 완판 된다면 이천만 원의 수입이 발생합니다.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전부 판매되었다고 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서점에서의 영업은 어떠할까요?


물론 저자가 영업 수완이 좋아 출판 후 판촉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도서를 판매대행업체에 납품합니다. 즉, 저자(다시 말씀드리거니와 자비출판의 저자)는 출판사에 정가의 50% 가격에 책을 납품합니다. 출판사에서는 판매대행업체에 정가의 60%에 납품합니다. 판매대행업체에서는 각 온라인 서점에 70%에 납품합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10% 할인가에 독자에게 판매됩니다. 여기에서는 택배비가 발생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정가의 10% 정도의 이익을 취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러한 경로를 놓고 보면 저자는 결국 도서 정가의 50%에 판매하는 셈입니다. 제작 원가보다 약간 웃도는 금액에 판매되는 것처럼 보이시죠? 그러나 택배비와 포장박스 등 소소한 부대비용까지 가산하면 저자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인 묘한 상황이 생겨납니다.


출판 전에는 원고가 문제이지만 출판 이후에는 ‘비즈니스’가 문제입니다. 팔아야 합니다. 서재에 그저 쌓아두려고 책을 출판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손에 쥐어져야 하고, 누군가의 책상에서 누군가에게 읽혀야 합니다. 저의 수입을 공개하면 여러분의 환상이 다소 처참하게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출판에 대한 문턱은 낮아진 반면, 판촉의 장벽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 책을 읽지 않습니다. 아니, 책을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인이나 단체에 무료로 증정되는 책이 20-30% 정도 됩니다(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죠). 출판계의 불황, 작가들의 우려 섞인 염려와 탄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자보다 이미지가 우선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독서는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저도 경험하고 있기에 공감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의 글솜씨 내공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죠.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인 서적에 시선과 마음을 두는 일은 오랜 시간 동안 습관화되어진 ‘독서’가 아니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한 해에 4만 권이 넘는 단행본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1쇄로 찍은 1,000권도 다 팔리지 않아 휴지조각에 불과한 ‘짐’으로 전락하여 서점이나 저자의 책꽂이에 잠들어버리는 책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순수한 생각으로 출판에 접근하려고 한다면 어쩌면 당신은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기록'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한 해에 4만 권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책은 세상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위대한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었다면 그다음은 출판사와의 '관계'입니다. 서로 신뢰할 수 있고, 저자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해 주는 출판사와 만났다면 행운 중 행운입니다. 출판 이후에도 여러 가지 논의가 있어 계속 소통 해야 합니다.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경험한 것과 거기에서 느낀 것을 글로 적는 일은 '역사'를 남기는 기록입니다. 남다른 경험이라면 더 유리할 것입니다. 커서가 깜빡이는 원고지에 발견한 글 씨앗을 심으십시오.


고랑을 일구고 둔덕을 만드십시오. 현란한 글재주가 아니더라도 진심이 담긴 글이라면 사람들은 감동할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십시오. ‘좋아요’라는 응원이 힘이 될 것입니다. 저도 인세를 많이 벌어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사 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꿉니다. 꿈에 불과할지라도, 깨지 않을 꿈을 계속 꾸면서. 기록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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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면 포내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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