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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Mar 15. 2016

[포토에세이] 봄은 사랑

<봄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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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해(年)와 날(日)의 징조를 따르는 어르신들 보다 더 확실하고도 명확하게, 봄이 봄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일 년 농사 중 모든 추수가 끝나고 가장 나중에 파종되는 것이 마늘이다.

늦가을 서리가 내리고 추위가 시작된 후, 시려운 손을 불어가며, 장작불에 손을 녹여가며 심는 것이 마늘이다. 땅 속에 묻혀 있던 마늘이 겨우내 언 땅을 보듬던 침묵의 봉인을 풀고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순을 올린다. 덮여 있던 비닐에 구멍을 뚫고, 연한 그것을 밖으로 꺼내어 하늘을 보게 하는 것은 마치 거룩한 의식과도 같다.


투박한 손길로 보드라운 흙을 덮으며 다독거리는 모습은 자체로 사랑이다. 산 그림자 긴 모가지가 손끝에 머물면 얼마남지 않은 저녁나절의 해는 뉘엿뉘엿, 일손을 독촉하는데. 겨울 바람 꼬리가 뾰족하여 코끝을 시리게도 하지만, 야야! 네까짓 거 아무리 그래봤자 아무 소용 없다, 기어이 오고 말 테니. 따스한 햇살이 눈부신,


포내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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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면 포내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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