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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Apr 21. 2016

[포토에세이]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다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웬만해선 그를 막을 수 없다>


망태망태망망태~ 망구망구망망구~/우리는 산장지기 괴상한 노인 망태 꺼지지 않는 불꽃 망구/밤에 피는 장미 누구든지 환영해요 귀곡산장/뭐 필요한 거 없수?/없으면 말구! 없으면 말랑께롱! 께롱께롱!(출처:네이버) 이는 오래된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이다. 임하룡 씨와 이홍렬 씨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분장하고  귀곡산장에 들어온 손님을 끝내 기절(!)시키고야 마는 과정을 담은 호러.


무사히 산장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엮어나가는 상황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기이한 활약은 웃음 폭발이었다. 이홍렬 씨가 90년대에 출연했던 ‘귀곡산장’의 망태와 망구는 장난기 많은 인간의 행동인지, 곡할 노릇의 귀신 행동이었는지 내 기억이 희미하다. 그러나 배우 심은하 씨의 부릅 뜬 초록 눈동자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던, 여름밤의 'M'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뺑코가 누구인지도 기억할 것이라 믿는다.


‘명사-전문가 초청 해피 365’. 이는 우리 무주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 행사의 이름이다. 유명 영화감독, 연예인, 작가, 방송인, 국가대표 선수 등을 무주로 초청하여 그들의 삶과 철학을 듣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어제는 개그맨 이홍렬 씨가 무주에 왔다. 웃음과 긍정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방송 데뷔 37년이 넘었고 나이 또한 60이 넘었다니, 아, 세월 무상인 건가 싶다.


개그맨 이홍렬 씨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작은 키, 500원짜리 동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큰 코에 밀어 넣던, 산장의 안주인, 그리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라는 뿐이다. ‘이홍렬 쇼’에서 인기 절정을 누리던 사람인데 나는 점점 TV와 거리가 멀어졌으니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가 어제 무주까지 와서 2시간 가까이 풀어놓은 강연을 통하여 얻은 것은 ‘즐거움’이다.


작은 키로 인해 겪었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녀의 먹을 것과 운동 종목 선택까지도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고 꾸준히 실천했다. 자신감을 갖기 위한 그만의 방법으로는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즐겁게 살 것인가. 그가 강조한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당신은 아는 개그라도 처음 듣는 것처럼 웃을 수 있는가.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개그라 하여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여유를 가지고 흔쾌히 웃어줄 수 있는가.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자기 웃음은 자기가 찾는 것이다. 그렇게 해보라. 인간의 뇌는 정말 웃겨서 웃는 것인지, 억지로 웃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저 ‘웃음’ 자체에 반응한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처음 듣는 것처럼 웃어라. 다시 들어도 크게 웃어라.


둘째, 당신은 웃을 때 큰 소리로 웃는 편인가. 아이들은 하루에 200∼400번을 웃고, 어른들은 20∼40번을 웃는다. 누군가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상대방이 예상한 웃음 지수보다 10%만 더 크게 웃고 반응하라. 그렇다고 너무 과장하지는 마라. 당신을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 딱 10%만 더 반응하라. 당신 주변으로 즐거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즐거움은 곧 당신의 삶이 될 것이다.


셋째, 당신은 최신 개그 코드를 빨리 이해하는가. TV에서 방영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온 가족이 시청한다고 가정하자. 아이들은 웃고 있는데 당신은 전혀 웃기지 않다. 웃고 있는 아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개그 코드의 차이이다. 웃음 포인트를 찾지 못하는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라, 어디가 왜 웃긴가, 아들은 더 크게 웃을 것이며 당신도 웃게 될 것이다.


넷째, 당신은 재미있는 개그를 메모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해본 적이 있는가. 나이 60이 넘으니 나도 그렇고, 집사람도 그렇다. 무엇을 찾으러 방에 들어왔는지, 냉장고 앞에 왜 서 있는지, 마주 보고 웃고 마는 머쓱한 상황들이 생기더라. 잊어버리는 것, 자연 현상이다. 나에게 찾아오는 질병들, 완강히 거부하지 말고 친구려니 생각하고 동행하자. 80대가 300만을 넘는 백세 시대에 진입했다. 메모하라. IQ 200보다 2cm의 몽당연필이 낫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조한 것이 있었다. 자신을 위하여, 남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막연한 생각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기록하여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행동으로 이어질 때 현실화된다는 것이었다. 100회 기부 특강, 맹인 낭독 독서 봉사, 북 콘서트, 부모님 묘지 이장, 하프마라톤 등 그의 버킷리스트가 제시되었는데 눈길을 끈 것은 ‘서울-부산 국토 종단하기’이었다. 부산 해운대 송림공원 백사장을 출발하여 30일간 600km를 두 발로 걸으며 서울에 도착하기까지의 투혼은 그 자체로 드라마요, 감동이었다.


마실 물을 긷기 위하여 10km 이상을 걸어서 다녀와야 하는 아이들, 맨발로 학교에 다니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빵보다는 자전거를 선물한 그의 발상 전환도 놀랍다. 국토 종단의 결실로 만든 2400여 대의 자전거를 싣고 아프리카로 떠나며 손을 흔드는 사진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두 다리와 두 바퀴가 이룬 기적, 돈과 시간으로 잴 수 없는 가히 눈물겨운 꿈의 길이었다.


망태망태망망태~! 망구망구망망구!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으면 말구! 없으면 말랑께롱! 께롱께롱! 간절하게 필요한 것을 꾹꾹 채워주는 이홍렬 씨, 개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 하는 이홍렬 씨, 키 작은 사람이 아니라 그는 진정 키가 큰 키다리 아저씨였다. 무엇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하세요. 즐거운 수다를 멈추지 마세요. 집에서 즐거워야 밖에서도 즐겁습니다. 뭐 필요한 거 없수? 없으면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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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면 포내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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