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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Apr 28. 2016

[포토에세이] 사랑은 동사

<사랑은 동사>


하루를 시작하면서 생활 속에서 겪은 일을 글로 쓰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골목길이나 논밭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면, 매번 기분 좋은 메시지를 보내주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짧은 칭찬의 글은 읽은 이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기분까지 좋게 만든다.


- 아침 출근길에 글과 사진을 봅니다. 내용도 좋고 사진도 예술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이버상의 이름 외에 직업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 사람인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이 부끄럽다며 댓글이 아닌 메시지만 보내주는 사람. 글과 사진의 좋고 나쁨, 만족함과 부족함은 이미 내가 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메시지를 받으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우연히 TV를 보았다. 사회자는 간암(肝癌)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하여 자신의 간(肝)을 아버지에게 이식했다는 청년을 소개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새 삶을 선물한 사연의 주인공은 박지용 군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간성혼수로 쓰러졌고, 결국 간암으로 진행되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간 이식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으로 가족 모두가 조직 검사를 받았다. 아버지와 맞는 사람은 박 군 뿐이었다.


지용 군은 자신의 간 3분의 2를 떼어 아버지에게 이식수술을 해드린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열여덟 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의젓하고 멋진 청년이다. 모든 수술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박 군은 아버지와 함께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강연장에서는 관중들이, 강연장 밖에서는 TV 앞 시청자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에게 아침마다 석 줄도 안 되는 짧은 메시지로 응원을 나눠주는 한 사람,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수술로 사랑의 기적을 낳은 한 사람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의 크기를 자로 측정할 수 있을까, 사랑의 무게를 저울에 달 수 있을까. 사랑의 시작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크고 작고, 많고 적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 ‘향(向)’하는 마음이 사랑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나 어떤 존재를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남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 명사(名詞)일 때는 이름 자체에 불과하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생명을 살리는 기적까지 낳는 동사(動詞), 사랑의 두 얼굴이다. 이른 아침 얼굴도 모르는 이의 짧은 메시지의 작은 사랑, 자신의 장기 중 하나를 3분의 2까지 나눠준 큰 사랑. 나의 글과 사진이 부족한 줄 알지만, 그래도 글과 사진 작업을 계속하는 것은 한 사람의 작은 응원 덕분이고,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던 아버지를 살린 것은 아들이 나눈 큰 사랑의 결과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석 줄도 안 되는 짧은 메시지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런 사랑을 가졌는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 마음을 가졌는가. 서로의 삶을 향(向)하여, 뜨겁게 응원하자. 새로운 생명 잔치가 시작되는, 봄이다!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상당한 보응을 받는 것이니

이에 당연하거니와(눅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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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 사람(도서출판 생명의 양식, 2015. 03/04월호)

@부남면 가당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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