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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호사 박도순 Oct 27. 2015

[포토에세이] 오월의 소원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오월의 소원>



어린이날, 어느 방송사의 기자가 한 어린이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늘이 어린이날인데, 소원이 무엇입니까? 아이는 망설임 없이,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거요라고 대답하였다. 의외의 답을 들은 기자는 깜짝 놀랐다. 아이의 부모는 이혼하여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버이날 아침, 나는 보건진료소에 오신 어르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소원이 무엇입니까? 이 씨 할머니는 이 나이에 소원은 무슨 소원, 소원이 없네.


그런데 잠시 후, 정말 소원 말해도 될까 하신다. 그럼요! 가슴에 다는 꽃도 돈도 아니라오. 내 소원은 우리 아들 며느리가 함께 사는 것이라네. 이 씨의 아들과 며느리는 이혼한 지 7년 만에 재결합하였다가 다시 3년이 채 안 되어 재이혼한 부부. 내가 아픈 부위를 건드렸구나. 아뿔싸! 어린이날 기자의 질문에 대한 아이의 답을 읽는 순간, 가시에 찔린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은 부부가 헤어져 남남이 된 것을 알게 된 이 씨 할머니의 대답을 듣는 순간에도,     


산골 마을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건진료소 앞 초등학교에 전체 학생은 20명도 채 안 된다. 게다가 아이들의 가정을 살펴보면 결손 가정이 많다. 이혼 가정, 소년소녀가장, 정신 질환의 부모를 둔 탓에 병원에 입원한 부모를 대신하여 몸까지 불편한 할머니가 돌보는 경우 등, 아이들의 깨어진 둥지가 안타깝다.      


우리 교회에서는 5월 첫째 일요일은 주로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어린이 주일로 맞이한다. 그날의 성경 구절은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눅 18:16)>, <아비들아 너의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는 주제로 말씀이 선포된다. 아이들과 직장 관계로 떨어져 지내고 있는 나의 모습,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거울 속에  드러난 것 같아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5월 둘째 일요일은 어버이 주일로 맞는다. 역시 그날의 성경 구절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 <네 부모를 즐겁게 하며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잠 23:25)>는 말씀이 주를 이룬다. 말씀에 비추어 보면 자녀 된 자로서 부모를 공경하지도, 어미를 기쁘게 해드리지도 못 하는 죄송함이 드러나 더욱 부끄럽고 죄송하다.     


셋째 주일, 부부의 날로 맞이하였다.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엡 5:22-25)>는 성경 구절은 부부에게 권하는 말씀이다. 아내 된 자의 남편에 대한 복종과 남편 된 자의 아내의 사랑의 말씀이 퍼지는데, 내  마음속에서는 둘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저울질을 한다.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니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라(창 2:24)>는 인류 최초의 첫 주례사로 하나님은 가정을 세우셨다.


한 몸을 이루기 위한 아내의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여자가 열등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그분의 창조 질서에 대한 순응일 것이며, 남편에게 아내를 ‘제 몸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은 인격적인 부부 관계의 수평적 조화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씀일 것이다.     


나도 우리 가족이 모두 모여 살면 좋겠다는 소원이 있다. 아이도 어른도, 부부도 ‘같이 사는 것’이 소원인 가정. 세계 경제 대국 10위 안에 들어섰는데도 우리의 행복지수가 그리 높지 않다 뉴스는 때로 우울하게 한다. 하나님의 정의는 실현되기 어렵고, 각자의 삶에 바빠 가족이 함께 지내지 못하는 현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부르던 시절의 간절함보다 ‘같이 사는 것’의 꿈은 점점 더 이루어지기 어려운, 통일보다 어려운 간절한 바람이 되어가고 있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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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상면 북창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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