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방식

저는 정리하면서 쉬어요.

by 두썸띵

어떤 사람은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나 릴스같은 미디어를 보며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거나 잠을 자는 등 휴식의 형태는 다양하죠. 어떤 게 정답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영역 같습니다.

쉼이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하는 주제는 아직도 논쟁의 여지가 많습니다. 정답이 없기 때문인 걸까요? 누구는 이렇게 쉬었더니 좋았다라던가 진짜 휴식이란 이런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나에게 잘 맞는 휴식'이란 주제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멍하니 TV나 핸드폰을 보며 생각은 안 하는 것도 해봤지만 그렇게 휴식한 하루는 허무하고 후회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독서를 한 적도 있었는데 어딘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서를 하고 나서도 마음 어딘가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휴식을 하는데도 불안함을 느낀다면

사람은 보통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 '미완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쩌면 제가 독서를 하면서도 편안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전히 쉼에 집중하기보다,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은 일들이 맴돌며 저를 끊임없이 재촉하고 있었던 거죠.
어질러진 책상, 설거지통에 쌓인 접시, 빨래통을 넘치는 빨랫감, 정리되지 않고 쌓여만 가는 업무와 우선순위 없이 던져지는 일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있으면 뭘 하든 마음 한편에는 '아.. 그거 언제 하지, 해야 하는데..'라는 불안감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생각이 많은 편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오늘 해야 할 일들, 어제의 여운,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들, 퇴근 후의 계획 등 여러 생각들이 마치 여러 개의 탭이 동시에 또는 1초 단위로 생성되는 크롬 브라우저 같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일이 괴롭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들이 저를 힘들게 하더라고요. 깊이 생각하며 정리된 내용을 다이어리나 노션, 구글 캘린더에 각자의 특성에 맞게 기록하고, 차곡차곡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싶은데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아른거려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니 도저히 생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휴식을 방해하는 요소가 저에게는 남겨진 일들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정리가 휴식이더라고요.

아마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쉬면서까지 뭘 해야 해..?'라며 경악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여야지요. (웃음)


정리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청소도 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꼬여 있는 생각의 실타래를 각 특성에 맞게 기록하고 정리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생각 정리를 하려면 눈앞에 물리적인 공간부터 말끔하게 정리정돈을 해놔야 합니다. 자꾸만 시선이 가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이죠.

청소를 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더러움(?)을 제거하는 행동에 집중하게 되고 스트레스 지수도 점점 낮아집니다. 마치 운동할 때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에만 집중하느라 잡생각이 없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면, 저는 비로소 진정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드디어 여유가 생겼다',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는 안심이 찾아오죠. 그동안 저를 짓눌렀던 불안감,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미완성에 대한 강박 같은 마음의 짐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물리적인 공간의 정리에서 시작해, 생각의 실타래를 풀고 계획을 정리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저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휴식이 되었습니다.


휴식 중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나 찜찜함이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마음 한편에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조각들이 쉼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조각이 무엇이든, 그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쉼의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나만의 쉼을 찾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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