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도 아직 나에겐 새로운데, 이제 막 적응하려니까 끝나버렸다. 그래도 작년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보내주고 싶어 링크드인에서 우연히 본 셀프 Q&A를 진행해 봤다.
인상 깊었던 질문은 바로 ‘가장 무서워했던 것은 무엇인가요?’였다. 당신이 2022년에 가장 무서워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에는 ‘선택’이었다. 선택을 하면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올 것이고, 결과에 따라 내가 좋은 혹은 옳은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항상 끝까지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최근에 Emily in Paris Season 3에서 좋은 대사가 나왔다. ‘No choice is still a choice’,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그렇다면 2022년 한 해 동안 내가 선택하지 않았거나 선택을 보류한 건 어떤 게 있을까. 마치 실패 이력서를 작성하듯 회고해 보았지만, 놀랍게도 없었다. 있었을 수도 있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과거에 도피, 회피의 왕이었다. 그만두는 이유도 다양했다. 재미가 없어서, 힘들어서, 친구랑 놀고 싶어서 등등. 하지만 도망 다녔기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다만 가끔가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었고, 비난을 달게 받아야 했다. 그래서 2022년에는 ‘너도 이제 어른이야’라는 생각으로 선택을 하고, 선택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졌다.
2023년, 올해는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을 덜 무서워하려고 한다.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 선 안에서 내가 도망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가끔 번복을 밥 먹듯이 하고, 겁쟁이처럼 숨어버리면 어떠한가. 그래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인걸. 너그럽게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