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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Oct 18. 2023

행복한 현재는 과거의 내가 주는 선물이다

지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은, 바로 작년 오늘을 살고 있는 과거의 나다. Manhattan 옆 Astoria에 처음 가본 날이기도 하고, 할로윈을 앞두고 슈퍼마켓 가판대에 잔뜩 쌓인 호박을 구경한 날이기도 하고, 남자친구와 피자와 컵케이크를 배 터지게 먹기도 한 날이니까 말이다.


다만 저 날의 내가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렇게나 찾아오는 행복을 즐기고 있지는 않았을 거다. 낯선 나라에서 겪는 어려움과 서러움, 그리고 한달살기가 끝나고 마주할 현실에 대한 두려움 등 무거운 감정을 안고 있었을 거다.


그래도 그날의 나는 현재에 충실하며 순간순간을 즐겼을 거다. 현재는 내가 열심히 살아온 과거의 결과물이라, 행복이 그냥 찾아오진 않았을 거기 때문이다. 약 한 달 반의 좋은 경험을 위해 오랫동안 계획을 세우고 경비를 모으고 공부를 한 과거의 내가 주는 선물이다.


올해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나에게 약 10개월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광고대행사에서 5개월 동안 인턴을 하며 이런저런 경험을 했고, 최근엔 미국 J1 트레이니 비자로 해외 취업 준비를 했다가 최종 관문인 대사관 인터뷰를 앞두고 중단 선언을 했다. 미국 취업 관련 이야기는 별도 콘텐츠로 꼭 풀어볼 계획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바로 잠룡물용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물속에서 견디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는 스스로가 지금은 나에게 부러운 사람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순간순간에 충실한다면, 현재의 나는 조만간 미래의 나에게 선물을 줄 것이고, 더 먼 미래의 나는 선물을 받은 나를 또 부러워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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